기계가 일자리 뻇는다는 40년된 똑같은 멘트
AI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공포가 팽배하다. 하지만 1980년대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프로그램이 등장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기술 혁신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 알 수 있다.
1979년 비지칼크(VisiCalc)가 출시되고, 1983년 로터스 1-2-3(Lotus 1-2-3),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 엑셀(Microsoft Excel)이 차례로 등장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바로 부기(bookkeeping) 업무 종사자들의 운명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1985년 이후 부기 업무 종사자들 채용은 44% 감소했다. 손으로 계산하고 장부를 작성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 그림은 아니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가 일으킨 진짜 변화는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일자리 재편이었다.
부기 및 회계 사무원이 줄어든 대신, 회계사와 감사원 채용이 41% 증가하였고, 경영 분석가와 재무 관리자 직종이 거의 4배 성장했다. (1983년 이전엔 이런 직종 자체가 추적되지 않았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스프레드시트가 계산을 쉽고 빠르게 만들면서, 기업들이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분석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장부 정리에서 벗어나 금리 변화가 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고급 업무가 일상이 되었다.
이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일치한다. 어떤 것이 저렴하고 쉬워질수록, 우리는 그것을 더 많이 사용하려 한다. 에너지가 저렴해지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통신이 쉬워지면 더 많이 소통하고, 계산이 간편해지면 더 복잡한 계산을 시도한다.
스프레드시트는 단순히 기존 업무를 자동화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형태의 업무를 창조했다. 재무 모델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데이터 분석 등 완전히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다.
현재 AI에 대한 공포는 1980년대 스프레드시트에 대한 걱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두려움 말이다.
하지만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일부 직업은 사라지지만,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AI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 업무, 분석 업무, 전략 업무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다. 마치 엑셀이 단순한 계산을 없애면서 복잡한 분석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스프레드시트 시대에 살아남은 회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숫자를 입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략가로 진화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I를 두려워하며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활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결국 기술 혁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성장하느냐다.
엑셀 나왔을 때 "망했다, 일자리 다 없어진다" 했던 사람들이 지금 ChatGPT 보고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