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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설 Mar 17. 2023

소위 본인은 예민하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에게

관계에 관한 단상

 경고합니다. 당신들은 예민한 게 아니라 ‘지랄’맞은 겁니다.


 제 스스로가 예민하다며 사사건건 까탈스럽게 굴고 상대방에게 조심히 할 것을 강권하는 그대여, 당신은 예민하다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당신은 자기 심기에 거스르는 모든 것에 보는 모든 것을 두고 침 흘리며 짖는 맹견마냥 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피해의식을 느끼며 주변인 모두가 좀 더 조용히, 조심히 행동할 것을 원하고, 그를 위해 야단법석을 떨지만, 당신의 그러한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주변인들은 고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예민한 게 아니라 유별나게 지랄 맞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당신과 다르게 유난을 떨지 않는 것은 그들이 당신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눈치가 있단 말이죠. 그들은 당신의 불편함과 그에 따른 호소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제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모두에게 날 세우며 지껄일 때마다, 그들은 ‘내가 좀 더 참으면 되겠지, 내가 좀 더 표현하지 않으면 되겠지.’라며 보다 더 숨죽이고 보다 더 움츠려 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둔감함을 가지고 스스로 예민하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계속 자신의 예민함을 감추고 당신에게 눈치를 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신 입에서 ‘넌 X발 눈치가 없어.’라는 말이 나오도록 행동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계속해서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기에,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맙니다. 존중하지 않는 자에게 존중을 하지 않는 것은 응당 당연한 것입니다. 그들 역시 당신의 어떠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아랑곳 하지 않고 제 뜻대로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눈치가 없다며, 성격이 변했다며, (정신)병에라도 걸린 양 이상히 여기겠지만, 그들은 더 이상 당신의 그 특권에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의 권위에 반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랄 맞게 구른다면 그들 역시 당신에게 지랄 맞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병신과 머저리’의 행진인 것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원합니까? 얼굴을 마주치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말이나 좀 섞을라치면 고성이 오가고, 서로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트집을 못 잡아 안달인 상황을 원하는 것입니까? 원한다면 당신은 결국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모두들 당신의 곁을 떠날 테고, 당신은 왜 그들이 예민한 나를 가만 놔두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지요. 사실은 당신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두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몰이해에 빠진 것일 텐데 말이죠. 결국 당신을 제외한 모두는 평안에 이를 테죠.


 원치 않는다면! 당신은 제 자신의 ‘지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내가 예민한 게 맞는지, 나는 그저 예민하게 구는 것을 즐기는지, 나는 나의 유난한 예민함을 권력인 양 타인의 호의를 저버리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또한 당신의 곁에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은 과연 예민하지 않은 것인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당신의 예민함에 거들먹거리고 있을 때, 그들의 표정이 어떤지, 당신의 지랄발광에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배우기 바랍니다. 당신을 위해 예민하게 기민하게 행동하고 대처하고 당신을 대우하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예민함을 발휘하는 감각과 양태를 배우기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당신은 그들에게 지랄 맞은 사람이 아닌 제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히도 예민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덤으로 당신은 앞으로도 혼자는 아닐 테지요.


(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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