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러져버리다

아프면 더 빨리 늙는가봐요.

일상은 평화로웠다.

업무는 바쁘지 않았고 담당 업무에 대한 숙련도도 올라가 심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교대근무로 낮과 밤이 바껴지는 탓에 여전히 피곤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잠자리에서 전자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 이후로는, 이불 안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피곤함의 크기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류마티즘를 판별하는 혈액 검사에서

한가지 인자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였고,

일주일에 한 두번은 손가락이 부어올랐고,

어떤 날은 손목까지, 또 어떤 날은 발목, 발등, 팔꿈치까지

이곳저곳의 관절이 아파왔다.

그러면 나는 기다렸다.

통증은 길어도 '3일 천하'였고, 곧 아픔은 사라질 것이니까.

병원에서 장기로 처방받은 소염진통제를 꿀꺽 삼키며 주문을 외웠다.

'내일은 통증이 사라지겠지?'

오늘이 아프지 않았다면,

'내일도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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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개인의 안부를 물어봐주지 않는다.

나의 안일과 평화를 물어봐주는 팀장, 부장, 상사는 없다.

자기 일을 해내야 하고, 해내야만 하는 것이 내 책임이다.

교대근무를 빵구 내지 않고 나와야 하고

대체근무자를 찾지 못하면, 아프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나와야만 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그렇지만 왜 서운할까?

아파서 서러운데, 왜 눈치까지 보이는 걸까?

나는 아팠으나, 아픔을 표현하지 못했다.

증명을 하려면 할 수 있었겠으나

류마티스라는 어감이 주는 병의 무게는 무거웠고

정상적이지 않는 직원이라 낙인 찍힐까봐 두려웠다.

일과 병의 인과성도 없었기에 순전히 내 책임으로 느껴져,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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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나는 통증이라는 불쾌한 방문자에게 적응되었다.

당연하지 않은 통증이고, 분명 1년 전에만 해도 전혀 느끼지 않았을 고통인데

어느순간 통증은 내게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통증이 거칠게 문을 두드리며 찾아오는 빈도는 늘어만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문을 부수며 들어왔다.

막을 수 없는 통증은 더 이상 방문자가 아니라 침범자일 뿐인데...

통증에 한껏 움츠려든 나는, 당당하게 따지지 못했다.

매사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움직이기를 주저했고, 활동적인 행위 자체를 꺼려했기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만 자꾸 늘어났다.

개구리처럼 배가 나왔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잡초처럼 자라났다.

냄비 안에서 눈만 꿈뻑꿈뻑하다

몸이 데워지는걸 뒤늦게 알아챈 개구리처럼,

익어가는듯 했다.

익숙해져가는듯 했다.

고개를 돌리다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젊음'이라는 당찬 단어가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