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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패 연 Jun 02. 2023

말랐는데, 아파요.

아픔을 느끼면 쪼그라들기 마련



체중계가 최저점을 찍었다.



원체 살이 찌지 않긴 했지만,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항상성 유지했던 몸무게였다.


낮과 밤이 바뀌며 입맛을 잃었고, 특히 야간근무를 하고 오면 1kg 정도씩 쭉쭉 빠졌다. 야식을 먹거나 퇴근 후에 아침을 먹고 잘 수 있었지만 그건 또 꺼려졌다.


나와 비슷한 체중이였던 동료가 2년 새 15키로 찌는 걸 봐왔던터라... 마른 비만이 되거나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른게 나아.




마르든 말든 신경쓰지 않으려는 자포자기의 마음도 있었다. 당시 나는 허리디스크로 고생 중이여서 잦은 통증을 마주했다.


디스크가 자꾸 신경눌러 엉덩이와 다리왔고, 통증 심한 날이면 다리를 구부려야 겨우  들 수 있었다. 




몸은 말라가면서 동시에 아파왔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TV나 인터넷에서는 운동의 중요성이 계속 들려왔고


"안녕하세요, 쉬는 날에 뭐하세요?

저는 필라테스랑 헬스해요."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하고 나면 으레 운동 이야기가 꼬리를 달고 따라나왔다.




하지만 몸이 아픈데,

이런 컨디션 무슨 운동이란 말인가.








허리디스크로 고통 받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정성근 교수의 <백년허리>를 사서 읽고

유튜브에서 디스크에 좋다는 자세와 스트레칭,

운동법을 찾아보고 따라 해보지만,



허리디스크의 완치는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올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만 가지면 자연치유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는  말이다.



허리를 살짝 삐긋하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좀 길었던 하루를 보내고 나면 시간 차를 두고 여지없이 통증 찾아왔다.



잦은 통증은 내 행동 반경을 줄였고 나는 점차 무력해져갔다.

아프면 아파서 뒹굴며 보냈고, 아픔이 가시면 괜히 움직였다또 다칠까봐 집안에 콕 박혀지냈다.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근육이완제와 주사를 맞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마는 허리디스크 통증의 굴레는 꽤나 질겼고, 이런 의료행위들이 결국은 내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의료기관의 주머니만 배불리하는것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까지 빠졌다...


(치료가 회복을 불러올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할때도 많았고, 미덥지못한 의사와 물리치료사들도 꽤나 만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일어났는데 손가락이 아팠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몇개의 계절이 지나가던 시기였다.



왼손 검지와 엄지가 통증으로 구부리기 어려웠고 붉게 부어올랐다가 이틀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오른손 엄지, 또 며칠 뒤에는 발등이 아파왔다.



디스크와는 다른 통증이였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종합병원에 갔고,

의사선생님은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하셨고,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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