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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패 연 Jun 30. 2023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해내는 사람이 될래요.

취미: ' '

특기: ' '


취미란과 특기란을 보면 체한듯 답답해진다.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이고, 잘하는게 무엇인지

잘모르겠어서...

나의 취향과 개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정보임에도 이상하게 부끄러워서.



그래서 단체나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 언젠가부터

어떤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했고 어디에서 살고 있다는 나의 환경만을 말하게 되었다.



그러다 써야만 하는 순간을 맞닥드리게 되었는데, 바로...



"입사지원서"




앞으로 20~30번은 써야할 입사지원서에

고민고민하다 이렇게 썼다.


취미: 독서

특기: 글쓰기



부끄러웠지만 다른 취미와 특기는 떠오르지 않았다.

웃긴 건, 내 자신이 알고 있었다는 거다.



내가 책을 좋아해서 달마다 몇 권씩을 꾸준히 읽거나, 독서 모임을 계속 한다던가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책을 좋아한다기보다, 흘러넘쳤던 20대의 시간을

어떻게 서라도 보내보려 갔던 곳이 도서관이었고,

그곳에서 책을 읽기보다 주로 책을 구경해왔던걸...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나는 알기에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다른 취미가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없었기에 독서라고 쓸 수 밖에 없었다.




취미는 그렇다치고, 특기는 정말이지 곤혹스러웠다.

내가 잘한다고 할 수 있는게 있나?


남들보다 잘했음을 증명했던건

고등학교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받았던 생물,국사 정도이지 그 외에 내가 무언가를 잘했다고 박수받거나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하... 현타가 또 물밀듯 찾아온다.

그렇지만 찾아야만 한다. 입사지원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제아무리 자기소개서를 자기소설이라 말하고, 입사지원서를 픽션과 거짓이 가미된 것이라 말할지라도 개연성은 필요했다.



불현듯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과제로 썼던 단편소설을 보는 반 친구들,

재밌다며 소설가 해보라며 칭찬해주었던 최초의 독자들이 떠올랐다.



전교 1등! 최우수상! 처럼

손에 잡히거나 숫자로 증명해낼 수 있는 건 없었지만

그때의 두근거림과 설렘, 기억은 아직 마음 속 깊이 존재했다.



살아있었다.






부끄러움을 감수했던게 무색하게

면접관들은 아무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고, 두 곳의 회사를 다녔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자리는 사라졌다.



그렇게 6년 정도가 흘렀고,



마치 커밍아웃이라도 되는양 부끄럽게 적었던 취미와 특기는 질기게도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단순히 나의 환경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저는 책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읽는 것도 좋아하긴 하는데 주로 자기전에만 읽어요:-)

그리고 요즘 글을 쓰고 있어요. 이야기를 쓰고 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잘하고 싶어요.




잘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은걸 이제는 증명해내고 싶었다.

누군가가 건네는 특기가 적힌 공란을 보아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써내고 싶었다.

'싶은' 걸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런 나에게

드라마작가교육원에 들어간 건 잔잔하고 고여 있던 일상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기본 단계인 기초반일지라도 일정 경쟁률을 내가 쓴 에세이로 통과했다는 사실은 날 고무시켰다.


증명해내야 했다.

수업 외에도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고

드라마작가교육원 전문반에 다니고 있던 친구로부터 자료를 받아 따로 공부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조바심이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내가 조바심을 반긴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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