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제사를 모시다

by 차성섭

04월 09일 목요일은 어머니 기일이다. 서울에서 손자를 보다가 제천 집에 가야 한다. 아들이 내일 금요일 휴가를 받아 짱베를 데리고 같이 가기로 하였다. 6시 조금 지나 아들 차로 나와 아내, 짱베와 함께 4명이 제천으로 내려왔다. 아내는 지난주 눈 수술을 받고, 지난 수요일 나와 함께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차가 막히지 않아 저녁 7시경 출발하였는데, 제천 집에 도착하니 9시가 되지 않았다.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아내가 아파 제사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였다. 내가 듣기로 집에 아픈 사람이 있거나 우환이 있으면 옛날에도 제사를 모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머니 기일을 그대로 보낼 수도 없다. 내가 생각한 것이 간단하게 약식 제사를 모시자는 것이었다.

약식 제사, 이것은 내가 생각한 것으로 기존에 있는 어떤 제사의 양식이 아니다. 제사는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제사의 양식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 제사를 지내는 절차이다. 제사를 지내는 의례는 옛날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너무 지나치면 그것은 사치로서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좋지 않으며, 너무 부족하면 그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의가 없는 것으로 좋지 않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제사의 의례를 정한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여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조상에 대한 공경과 생각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하라는 것일 것이다.

약식 제사에서 중요한 것 또한 음식과 제사 절차일 것이다. 나는 제사 음식을 준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간소한 제사 음식은 일상생활에서 축하나 기념을 위해 사용하는 음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제사는 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케이크와 인절미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케이크는 부모님과 만나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이고, 인절미는 부모님 자리에 놓은 개별음식으로 준비하였다. 술도 준비하였다. 축하하는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없으니까. 또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케이크는 아들이 서울에서 준비하였고, 인절미는 아내가 역시 서울에서 준비하였다. 제천에 늦게 도착하면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제천 집에 오니, 시간이 9시가 되지 않아, 롯데마트가 영업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롯데마트에 가서, 제사 술을 샀다. 통닭도 남아 있었다. 그것도 샀다. 술안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9시가 지나 제사를 모셨다. 지난해부터 기제사를 돌아가신 저녁 9시에 모신다. 제사를 모시는 절차도 간단히 하였다. 제사 절차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였다. 아마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화목하게 지내면서, 부모님과 같이 앉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원탁 식탁 위에 준비한 제사 음식인 케이크, 인절미, 통닭을 놓았다. 술잔도 놓았다. 부모님 자리에 의자를 놓고, 우리 자리에도 의자를 놓았다.

음식과 의자를 놓은 후에, 우리 부부와 아들 그리고 부모님의 증손자인 짱베가 절을 두 번 하였다. 짱베가 예쁘게 절을 하였다. 부모님께서는 짱베가 예쁘게 절하는 것을 우리가 절하는 것보다 더 보기 좋고 기분 좋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의자는 부모님이 앉으시도록 비워두고, 우리 의자에는 우리 부부와 아들 짱베가 앉았다. 짱베도 의젓하게 앉았다. 내가 먼저 부모님에게 우리 집안과 형제들의 최근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아내는 우리 짱베가 잘되어 달라고 이야기하고, 아들은 마음으로 이야기하였다면서 하지 않았다. 우리도 같이 음식을 먹었다. 케이크도 먹고 인절미도 먹고, 통닭도 먹었다. 짱베는 케이크를 잘 먹었다.

오늘 제사는 특별하다. 처음으로 간소한 제사를 모셨기 때문이다. 간소하게 제사를 모셨지만, 기분은 좋다. 제일 좋은 것은 짱베가 와서 제사에 참석한 것이다.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였을 것이다. 부모님은 손자를 좋아하셨다. 증손자도 아마 좋았을 것이다. 또한 아내와 아들도 좋아하였다. 제사를 간소하게 모셨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제사를 모셨기 때문이다. 제사 모시는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을 가졌을 때, 조상에 대한 공경심과 정성도 많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이전과 같이 부모님에 대한 제사를 모실 생각이다. 대신 참여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 외에는 없기 때문에, 음식은 간단하게 할 것이다. 아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죽은 후, 너희 부부가 제사를 모실 때는 꼭 격식을 따지지 말고, 너희 가족끼리 화목하면서 정성을 가지고, 오늘과 같이 간소하게 하여도 좋다고. 아들은 ‘예’하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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