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농촌일기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by 차성섭

논어에 보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나이에 따른 사람의 역할을 논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성인이 하신 말씀을 평범한 범인이 어떻게 그 본뜻을 알겠는가?

그러나 이른 경우에도 그 말을 사용하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수요일 아내는 서울에 가고, 나 혼자 농장에 갔다.

농장에 갈 때, 더운 낮에는 붓글을 쓰고,

4시경 시원하면 한 개의 밭고랑 풀을 뽑으려고 생각하였다.

농장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지났다.

농막의 문을 열고 안을 잠깐 정리하였다.

이내 붓글을 썼다.

붓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간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빨리 갔다.

물론 붓글을 쓰는 그 자체도 즐거웠다.

시간이 4시가 되었다.

4시 30분이 되니 약간 햇살이 약해지면서 약간 시원하여졌다.

먼저 연밭에 물이 들어오도록 수문을 열었다.

수문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물의 높이도 높였다.

토마토와 복분자의 순을 쳤다.

호박의 순도 쳤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지났다.

밭고랑의 풀을 뽑았다.

밭고랑의 길이가 20m 정도 된다.

풀이 많아 풀을 뽑는 진도가 늦었다.

해가 지면 기온이 낮아지면서 시원하고 좋다.

그러나 벌레들이 많이 문다.

작은 벌레들이 목과 얼굴에 붙어 성가시게 한다.

쪼그려 앉아서 풀을 뽑기 때문에 힘도 들다.

밭고랑의 4분의 3 정도 풀을 뽑으니, 힘이 들었다.

시간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하던 일을 멈추었다.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집으로 왔다.

차를 탈 때 이미 시간이 7시 40분이었다.

집에 오니 8시가 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처음 하려고 생각하였던 것을 다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약간의 변경을 하여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것이 옳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혹은 게으름으로 처음 생각하였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처음의 생각을 꼭 고집할 필요가 없다.

작은 일이지만, 이런 것도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집에 와서 풀을 뽑다가 그만둔 것을 잘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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