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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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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Dec 22. 2022

하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다

지난주 처형과 동서가 처남 집에 와서 2박3일 쉬다가 갔다. 

우리 부부도 처남 집에 가서 같이 놀았다. 

청평댐으로 가서 송어회도 먹고, 비룡담저수지인 제2의림지에도 갔다.      

처형이 왔을 때 눈이 왔었다. 

제2의림지 둘레를 산책하기로 하였으나, 눈이 와서 전체를 돌지 못하였다. 

그러나 하얀 눈이 사방에 쌓여 있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눈이 오니 또 좋은 것이 있었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하얀 눈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형이 온 둘째 날 의림지에서 점심을 먹고 처남집으로 갔다.      

처남 집은 우리 농장 옆이다. 

그곳에는 하천 둑이 있다. 

하천 둑을 산책하였다.      

하천 둑에는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눈이 온 후, 아무도 그 길을 걸은 사람이 없었다. 

강아지 한울이를 데리고 갔다.      

강아지는 눈길을 걸으면서 매우 좋아하였다. 

강아지도 사람과 같이 눈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아지가 줄을 풀어주고 싶었다.      

강아지가 눈길을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강아지는 줄을 풀어주지 않았다. 

강아지가 훈련을 받지 않아서 불러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들과 경사가 진 밭에서 눈썰매를 탈 때, 강아지를 풀어주었다. 

강아지가 불러도 오지 않고, 먼 곳으로 뛰어가서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강아지의 줄을 풀어주지는 않았다.      

모두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걷으면서 좋아하였다. 

특히 처형이 좋아하였다. 

하얀 눈이 쌓인 길을 처음 걷는다고 하였다. 

사실 도시에서 깨끗한 눈길에 발자국을 처음으로 남긴다는 것은 어렵다.      

아내와 나는 제천에 살면서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긴 적이 몇 번 있다. 

제천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들판 길을 산책하면서 몇 번 그런 좋은 경험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 

처음에 무엇을 한다는 그 자체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아름다우면서 신비스러운 느낌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른다. 

눈이 온 후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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