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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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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Dec 27. 2022

눈이 와서 힘든 것

지난주 화요일 눈이 왔다. 

나는 눈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눈은 좋은 것만 있을까?

아니다. 

눈이 내리면 불편한 것도 많다.      

이 세상의 대부분은 한쪽 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의 상징성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나 절대적 선이나 절대적 악과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상반되는 것을 가지고 있다.      

올라가는 것이 있으면 내려가는 것이 있고, 

추운 것이 있으면 더운 것이 있고, 

밝은 것이 있으면 어두운 것이 있다. 

동양 주역은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것으로 심오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도 좋은 것이 있으니 당연히 좋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아파트 주차장과 정원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자동차 위에도 하얀 눈은 쌓여 있었다.      

자동차 위 눈을 쓸지 않으면 차를 운전할 수 없다. 

특히 눈이 녹으면서 날씨가 차가우면 눈이 얼어 쓸리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자동차 위에 있는 눈을 쓸었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이미 눈이 얼어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는데 사람이 다녀 눈이 다져져서 밤새 얼어 미끄러웠다. 

어제 초저녁 우리 단지 앞길은 내가 밀개로 썰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낮에 계속 눈을 쓰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밤에 계속 눈이 와서 빙판이 되었다.      

차도에는 눈이 쌓이면 차가 다닐 수 없다. 

눈이 오면 지자체에서 염화칼슘을 뿌린다. 

차도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에도 염화칼슘을 뿌린다.     

염화칼슘을 뿌린 길은 질척거린다. 

보기도 좋지 않다. 

쌓인 눈이 빙판으로 변하지 않아 비끄럽지는 않다. 

그러나 깨끗하지 않고 더럽다.      

최근에는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지만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친 사람이 많았다. 

산동네에 사는 사람은 비탈길을 오르고 내릴 때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어야 하였다.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은 시골길에는 아직도 눈이 와서 빙판으로 변한 것이 있을 것이다.      

눈이 온 후 며칠 지나 발자국이 쌓이게 되면 눈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더럽다. 

날씨가 추우면 빙판으로 미끄럽고, 따뜻하면 눈이 녹아 질척거리고 보기도 좋지 않다.      

뿐만아니라 눈은 소통을 막는다. 

눈이 많이 오는 곳에는 사람의 통행을 차단한다. 

산골의 외딴 집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눈이 쌓이면 사람이 동물의 먹이를 살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눈은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치워야 하고, 비끄럽고, 보기가 흉하고, 통행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것도 있지만 나는 눈이 오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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