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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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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Mar 06. 2023

들판 강아지와의 믿음

지난 3월 3일 금요일 들판 길을 산책하면서 강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강아지 집을 지나가면서 강아지를 보았다.      

어미 강아지가 새끼 8마리를 낳아서, 

주인이 비닐하우스 안에 강아지 집을 따로 만들고, 

강아지 집 주위에는 두꺼운 천을 둘러놓았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강아지 새끼들이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주인의 배려인 것 같았다.      

나는 그 어미 강아지를 검둥이라고 부른다. 

검둥아 하고 부르고 쳐다보니, 

]강아지는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면서 머리를 울타리 밖으로 내밀었다. 

머리와 턱을 만져주니 강아지는 머리를 나에게 의지하고 가만히 있었다.      

어미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면서 새끼강아지를 보니,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어! 그런데 새끼강아지 주변을 둘러놓은 이불이 새끼강아지 반을 덮고 있었다. 

이불이 무겁거나 이불 위에 무거운 것이 떨어지면 새끼강아지가 숨을 쉬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이불이 있는 곳이 깊숙하여 손으로 할 수 없었다. 

이불을 옆으로 옮겨놓기 위해서는 막대를 사용하여야 한다. 

강아지는 새끼를 낳으면 예민하여진다. 

내가 막대를 자기 새끼 있는 곳으로 가져가면 어미 강아지가 물 수도 있다.      

새끼강아지가 위험한 것을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었다. 

용기를 내어 막대를 새끼강아지 있는 곳으로 가져다 갔다. 

어미 강아지는 경계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미 강아지는 나를 믿고 있는 것이었다.      

막대기로 새끼강아지를 덮고 있는 이불을 옆으로 치웠다. 

나를 믿는 어미 강아지가 고마웠다. 

어미 강아지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주고 산책을 계속하였다.      

믿음이란 경험을 통해 확인하지 않고서도 상대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믿음이 없으면 참된 종교인이 될 수 없다. 

종교의 본질인 신을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을 믿기 때문에 종교인은 어려운 의식이나 행사도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어미 강아지도 나선 사람이 가까이 가면, 짖고 덤빈다. 

새끼강아지는 아직 눈도 뜨지 않을 정도로 어리다. 

새끼가 어릴수록 어미는 더욱 예민하다.      

그런데 그 어미 강아지는 새끼강아지에게 막대기를 가지고 가도 나를 믿고 있었다. 

내가 자기의 새끼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도 서로 믿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다. 

서로 믿을 때 사랑이 굳건해지고 마음이 편안하여진다. 

나는 그 어미 강아지를 믿고 강아지 입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도, 막대기를 잡은 손을 넣었다. 

물론 약간 두렵기는 하였다.      

그 어미 강아지도 자기 새끼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자기 새끼를 덮고 있는 이불을 치웠을 때, 그 강아지는 좋았을 것이다. 

나도 나를 믿는 그 강아지가 더욱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강아지 집을 나올 때 다시 그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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