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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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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Mar 15. 2023

부드럽고 순한 봄의 느낌

지난 3월 10일 아내와 들판 길을 산책하였다. 

춘당닭갈비 농장을 지나 들판 강아지가 있는 곳을 거쳐 뒤뜰방죽으로 갔다. 

평소 아내와 다니는 길이다.      

어제도 강아지 새끼를 보고, 오늘도 보았다. 

강아지 있는 곳으로 가니, 주인이 오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강아지를 보니, 주인도 우리 있는 곳으로 와서 같이 보았다.      

어제는 강아지 새끼 2마리가 자고 있었다. 

오늘은 8마리 가운데 1마리를 제외하고 7마리가 자고 있었다. 

태어난 지 12일째다.      

얼마 전까지 세상이 두려운지 꼬물꼬물하게 움직였으나, 

오늘은 편안하게, 어떤 것은 배를 내어놓고 태평스럽게 자고 있었다. 

새끼가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고 하니, 주인이 눈을 떴다고 하였다. 

어미가 순하고 새끼를 잘 돌본다고 하였다.      

아내와 들판 길을 걸으면서 전날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전날만 하여도 봄이 왔구나하고 생각만 하였지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였다. 

오늘은 이것이 봄이구나 하는 느낌도 느꼈다.      

뒤뜰방죽에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내가 저수지의 물이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저수지의 물을 보니, 약간의 흙색을 띄면서 바람에 밀려오는 듯하였다. 

나도 그 물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하천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흐르는 냇물을 보아도 차갑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하였다.      

양지바른 언덕이나 바람이 불지 않고 따뜻한 곳에는 많은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봄에 돋아나는 풀들은 다툰다는 느낌이 없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구경하려는 듯이 보였다.      

수양버들을 바라보니, 문득 푸르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푸른 색깔이 수양버들을 벌써 물들이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새싹의 방울이 터져나왔는 모르겠다.      

봄의 느낌은 부드러웠다. 

사실 새싹들이 단단하고 두꺼운 땅을 뚫고 나오려면 힘들고 아픈 고통을 견뎠을 텐데. 

그러나 내가 느끼는 봄의 새싹들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봄의 새싹들은 다투거나 경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들이 서로 많은 햇볕을 받으려고 경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봄의 새싹들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의 역할만 조용히 하는 것 같았다. 

봄의 싹들은 부드럽고 편안하면서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는 

순하고 착안 강아지새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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