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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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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12. 2023

파이프로 연밭 물을 대다

하천 수로의 보를 만든다고 연밭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았다. 

일주일 전부터 연밭의 물이 말랐다. 

연의 새싹이 돋아나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물이 마르면 안 된다.      

전 주에는 공사 책임자에게 전화하여 양수기로 연밭에 물을 댔다. 

언제 수로 보가 완공될지 모르겠다. 

만약 공사 완공이 지연된 경우, 

연밭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이 자연적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지난 4월 7일 파이프를 연결하여 연밭에 물을 임시로 대도록 하였다. 

방법은 이랬다. 

여려 개의 파이프를 연결하여 수로보다 위에 있는 곳에 파이프를 고정하고, 

그곳으로 물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2가지로 생각되었다. 

첫째는 물을 이입하는 파이프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를 연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결한 곳에서 물이 새면 물의 압력이 낮아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둘째는 여러 파이프를 연결하면서, 

파이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일관되게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결한 파이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물의 흐름은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첫날은 시간이 없고 도구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더 이상하지 않고 중단하였다.      

그 다음날 4월 8일 삽을 가지고 하천 수로 있는 곳으로 갔다. 

파이프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여러 개의 파이프는 그대로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물을 대는 파이프의 높이를 일관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어제는 도구가 없어 물이 흘러가는 곳을 따라 파이프를 연결하니, 

파이프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다. 

하천의 모래를 따라 연결한 파이프를 놓았다.      

하천의 모래는 비교적 일관되게 아래로 갈수록 낮아지게 쌓여 있었다. 

만약 일정하지 않으면 높은 곳의 모래를 삽으로 파냈다. 

전체 파이프의 길이는 20m 정도 되었다. 

수로의 입구에서 20m 위에 있는 하천의 높이는 수로 입구보다 많이 높았다. 

하천 모래 위로 파이프를 놓고 흔들리지 않게 돌로 고정하였다. 

또 파이프의 입구 주변을 돌로 쌓아 물이 모이게 하였다. 

파이프의 입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약간 경사가 있어, 물이 흐르는 속도가 있었다.      

물이 높지 않아 수압은 없지만, 흐르는 물의 속도에 의한 압력은 있을 것이다. 

수로 입구에 있는 파이프 끝을 보니, 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성공한 것이다. 

이제 양수기로 물을 대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물이 연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소형 양수기에서 나오는 정도의 양은 되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무엇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을 때, 그것을 하였을 때. 

특히 바로 되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였을 때, 기분이 좋다.      

하려고 하였던 것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농사를 짓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하고, 

생각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으면, 그 방법을 실천하고, 만약 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하여 보고, 다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과정이 삶을 활기차게 하게, 마음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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