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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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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16. 2023

하천에 있는 죽은 고라니를 치우다

지난 4월 10일 월요일 농장에 갔다. 

농장에 갈 때 하천에 방치되어 있는 죽은 고라니를 치워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하천에 죽은 고라니를 본 것은 한 달이 지났다. 

그 고라니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보았을 때 시체가 이미 상당 부분 상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천 공사하는 사람이 그곳을 수시로 왕래하여 나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며칠 전 연밭에 물을 댈 때도 고라니는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비가 올 때 물에 쓸리기도 하고, 물건을 옮길 때 부딪히고 하여서 그런지 

몸통의 일부가 떨어지고 털이 흩어져 있기도 하였다.      

보기에 좋지 않았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죽은 후에까지 몸뚱이가 이리저리 뒹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천지 만물은 같은 하늘과 땅에 의해 태어나고 자라고 생활하였던 생명체이다. 

인지나 힘이나 재능에 있어서는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천지 사이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천지 사이에서 생겨난 것을 먹고 살았던 것은 동일이다.      

인간의 인지가 아무리 발달하여도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사실 사후의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죽은 고라니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날저녁 잠을 자면서 생각하였다. 

흩어져 있는 죽은 고라니를 모아서 산에 묻어주자고.      

하천 수로 문을 닫으러 가면서, 삽과 종이박스를 가지고 갔다. 

죽은 고라니에게는 이미 살은 없어졌고, 뼈와 털만 있었다. 

그것을 모아서 종이박스에 쌌다. 

가까운 산으로 가서 종이박스를 묻었다.      

고라니 시체를 처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였다. 

일찍 그렇게 할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면 고라니 몸이 적게 상했을 때 땅에 묻었을텐데.

그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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