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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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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20. 2023

잡초밭을 일구다

04월 14일 금요일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던 일을 하였다. 

농장 옆에 있는 하천공사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하천공사로 시에 수용된 밭 가운데 빈 밭이 있다. 

원래 논으로 사용하였던 곳으로 약 60평 정도 될 것이다. 

그 빈밭에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으니, 풀이 무성하게 자라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 밭과 붙어 있는 땅의 소유자가 농사를 지으면서 풀을 메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연밭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연밭에서 놀면 잡초밭이 된 그 땅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늦겨울에 내가 예초기로 풀밭과 그 풀밭에 붙어 있는 하천 둑의 풀을 베었다. 

풀을 베고 나니, 깨끗하고 보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풀밭에 호박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호박은 덩굴이 넓게 퍼져나가고, 덩굴이 덮이면서 다른 풀들이 잘 자라지 않는다. 

또 호박은 심어 놓은 후,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풀밭에는 흙이 이곳 저곳에 무더기로 쌓여 있고, 낮은 곳에는 물이 고인다. 

호박을 심기 위해서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먼저 고랑을 파서 물이 고이지 않고 고랑으로 빠지도록 하였다. 

다음 쌓아 놓은 흙 무더기를 허물어 물이 고이는 낮은 곳을 메웠다. 

삽으로 흙을 옮기는 일을 하기 때문이 힘이 들었다.      

다음에는 호박을 심을 구덩이를 만들었다. 

구동이에 풀을 넣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쌓여 있는 무더기의 흙을 구덩이 위에 덮었다.      

물기가 많으면 호박의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따라서 혹시 물이 고이더라도 호박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호박 심을 구덩이를 높게 하였다. 

이런 일은 삽으로 흙을 파고 덮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일이면서 힘이 든다.      

이 일을 하는데 4, 5시간이 소요되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첫째 흙무더기가 이곳 저곳에 쌓여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것을 고르고 정리하니, 보기에도 깨끗하였다.      

다음으로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던 일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상쾌하였다. 

삽으로 하는 이 일은 힘든 일이라고 이미 생각하였다. 

힘든 일은 보통 하기 싫어한다. 

하기 싫은 일을 마쳤을 때 마음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더 크다.      

셋째 앞으로 그곳의 광경을 그려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롯에 멧돌 호박을 심을 것이다. 

멧돌 호박은 덩굴이 넓게 펴진다. 

60평 정도 되는 넓은 곳에 푸른 호박덩굴이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도 싱그러워 지는 것 같았다.      

저녁 6시 30분이 지나 일을 끝냈다. 

힘은 들었지만 하려고 생각하였던 일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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