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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에타 Jan 06. 2021

아이는 엄마에게 오지 않았다

면접교섭으로 아이아빠에게 다녀 온 어느 날,


 25개월인 아이는 퇴근하고 자신을 만나러 온 엄마가 눈에 띄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빠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는 건 어느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2020년 3월 말부터 별거하고 있는 이후로 아이는 친정에서 키우고 있었다. 아이 아빠는 2주에 한번 주말 1박 2일을 아이와 함께하고는 일요일 저녁에 아이를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처음에 나름대로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는 자신이 조금이나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9월경부터 아이 이빠와 헤어질 때마다 아쉬움과 서러움을 울음으로 표현하곤 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아빠와 주말을 보내고 온 날이면, 나도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아이가 울 때마다 토닥여서 데려온 날이면 할머니 등에서 울며 잠드는 내 아이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날이면 아이는 내게 오지 않으려 했다. 나는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엄마로서 내가 부족한 건 아닌지에 대해 내 자신에게 묻곤 했다.


 이혼을 준비하면서 내게는 경제적 독립이 가장 큰 과제였다. 5월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낮에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만회하려고 자기 전이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유난히 외할머니를 좋아했고 그게 다행이었다. 휴일에는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의 한달 휴일은 6일이어서 나도 아이도 그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도 아침이면 나에게 환하게 웃어 주는 아이가 고마웠다. 그런 어느 날, 아이는 아빠에게 착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빠의 존재가 아쉬웠던 것인지 유난히 더 그랬고 아이는 나에게 손도 못 대게 하였다. 키즈 영상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아이가 주로 봐서였을까. 아이는 아빠를 좋아했다. 2주에 한번도 아쉬웠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하루 더 보냈다. 일요일 저녁에 돌아왔던 아이는 다시 월요일 저녁에 오기로 하였다.


 아이 아빠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혼 소송에서 양육권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돌볼 준비는 해보진 않았을 것이다. 시가에서도 시어머니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급하게 휴무를 내고 아이를 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월요일 저녁 돌아온 아이를 달래보았지만 한시간 반 여의 노력?에도 아이는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했다. 추운 겨울, 차 안에서 카시트 옆에 앉아 아이 옆에 있으며 나름의 설득을 해보던 아이 아빠도 결국 아이를 또 데려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이틀 뒤였다.


 가끔 주말에나 예쁜 아이를 보는 것에 만족하던 시가는 갑자기 찾아온 일상의 아이에게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이 아빠는 시가에 양해를 구해보는 것 같았다. 아이는 그저 아빠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엄마인 내 손이 닿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였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마음을 돌리길 기다려 보았지만 내가 눈에 보이지 않자 아이 아빠와 아이는 차를 타고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


 약속된 이틀이 지난 저녁 아이를 데려온 아이아빠는 차에서 먼저 내려서는 내게 전화를 했다. 아이를 달래서 안고 가든 어떻게든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전보다 아이는 안정되어 있었고 몇 마디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는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러 가자고 설득?했다. 난 일부러 스케치북과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과 버스 장난감까지 챙겨갔었다.

다행히 이번엔 웃으며 집에 왔다. 아이의 3일천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양육권을 주장하는 아이 아빠는 아이에 대한 애정은 있었지만 양육 환경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자주 왕래한 아이 아빠는 유난히 수척해 보였다. 결국 아이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도망치듯 아이와 헤어졌다.


 내년을 기약하며 친정 아버지는 퇴근길에 소 모양 케이크를 사 오셨다. 새로운 삶의 기로를 앞두고 소 모양 케이크를 앞두고 아이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내 삶이 작은 것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마음 속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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