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너에게 난 좋은 친구였을까?
어느 날 문득, 너에게 난 좋은 친구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느 날 문득은 아니었지. 어느 날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문득 그런 거였지.
언젠가부터 우리 고양이 배에 작은 덩어리가 만져지기 시작했었는데, 급한 일들을 먼저 처리하고 어느 정도 고양이를 돌볼 여유가 생겼을 때야 겨우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노령묘인데다가 고양이들에게 이러한 덩어리는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선은 제거 수술을 하고 떼어낸 종양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하신다. 80% 이상 고양이에겐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 고양이의 육안으로 보는 건강 상태가 특별한 점은 없어서 양성일 가능성도 있으니 아직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는 말씀과 함께 고양이는 그렇게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한 것도 처음은 아니었고, 아파서 병원을 찾았던 것도 처음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많은 고양이에게 아픈 것보다 마취가 더 힘든 거라고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러버렸구나...
너는 벌써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되었구나...
"생각보다 건강한 것 같아요"
수술을 무사히 마친 고양이를 데리러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다행히 잘 견디어 주었고, 수술도 잘 되었으며, 케어 잘 부탁한다고 전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술 부위가 어느 정도 아물고 이제 다시 똥꼬 발랄한 고양이로 돌아와 있을 때였는데, 병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지난 번 떼어 낸 종양을 검사 했더니 악성으로 확인 되었어요."
아주 안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사 선생님에게 직접 전해 드는 암 선고는 정말 잔인했다. 지금은 건강해 보이지만, 곧 더 아플 수도 있는 것이고, 전이가 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고, 이미 나이가 많아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도 계속 잘 견딜지 모르는 것이고...
두 번째 수술을 받고 부쩍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 나의 고양이
첫 수술이 끝나고 악성 종양이라는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닌데, 다시 또 몸에 덩어리가 만져졌다. 병원을 또다시 찾아가 두 번째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계속 이렇게 수술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마 오랜 시간 버티진 못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숨 쉬는 것이 어때요? 헐떡 거리진 않았어요?"
"힘들어 하거나 움직임이 적어지거나 밥을 잘 먹지 않거나 하는건요?"
우리 고양이의 하루 일과를 곰곰히 떠올리며 대답을 하려는데,
"하기사 고양이는 아파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아요...."
배가 고프면 배고프다고 울고, 물을 마시고 싶으면 물 달라고 울고,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지저분하다고 울던 녀석인데, 아픈데 왜 티를 안 내는 걸까...
놀고 싶고 자고 싶을 때마다 내 옆에 와서 괴롭히던 녀석인데 왜 아픈 건 티를 안 내는 걸까...
왜.
왜...?
13년 이상 함께 살아오면서 별의 별 꼴을 다 보고 살았는데, 왜 이제와서 아픈 건 티를 안내는 건데?
2004년 9월 15일.
내 손바닥에 쏘옥 들어올 정도로 작은 네가 나에게 첫 걸음을 떼어 다가왔던 그 날을 문득 떠올렸다.
안녕! 어린 시절의 나의 고양이!
2004년 한참 파리에서 혼자 살던 때, 혼자가 외로워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고, 그렇게 만난 뚜름이와의 인연은 한국으로 귀국했던 2006년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 2010년 결혼을 하면서, 두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쭉 이어졌지요. 아직은 덜 아파 보이고, 아직은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한 지금, 더 늦기 전에 뚜름이와의 추억을 브런치를 통해 하나씩 이어나가보려고 해요. 우리 늙은 고양이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