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널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너는 나에게 좋은 고양이이길 바랬어.
2004년 9월 15일, 내 손에 쏘옥 들어오는 아주 작았던 너를 만났던 날.
혼자 살던 나에게 친구가 생기는 것만으로 무척이나 설레였던 날이지만, 너의 평생을 내가 정말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던 날이었지.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고, 사랑을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과연 널 사랑할 수 있을까 , 혹시라도 니가 싫다고 널 버리는 건 아닐까, 어쩌면 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나 때문에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조그마한 널 안고 집에 오는 길에 내내 그런 생각뿐이었어.
내가 널 필요로 해서 널 찾은 만큼, 네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아진다면, 너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넌 나에게 좋은 고양이어야만 해. 라고 속으로 수십 번도 더 이야기한 것 같아.
참 나빴어. 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난 참 나쁜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때 나는 26살이었고, 파리에 살고 있어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이방인이었으며,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이었고, 혼자 사는 여자였거든.
설레임과 두려움이 함께 했던 그 첫 날부터 벌써 13년이 훌쩍 지나버렸지.
지난 13년, 나에게 넌 좋은 고양이었을까?
첫날부터 1살이 채 되기 전까지의 너는, 집에 들어갈 때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사고를 쳤을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어야 했을 정도로 엄청난 사고 뭉치였지. 심하게 사고를 친 날은 화가 나서 널 때리기도 했어. 게다가 넌 정말 내 팔에 온갖 상처를 다 낼 정도로 날 물고 할퀴었어. 자연스럽게 내 팔엔 언제나 반창고와 붕대가 감겨 있었지.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널 물어버릴 때가 있었는데, 넌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날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것 같아.
넌 분명 좋은 고양이는 아니었지.
나의 나쁜 고양이!
그런데, 너가 나쁜 고양이었는데도 내가 널 버리지 않은 건, 내가 착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야.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필요한 건 좋은 고양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줄 고양이, 그리고 나쁜 모습까지도 몽땅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고양이었어.
내가 널 선택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너가 날 선택했기에 우리 지금까지 이렇게 함께 잘 살고 있는 거겠지. 고마워 날 선택해줘서. 그리고 지금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그러니까 아프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