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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Sep 24. 2021

내가 트위지를 선택한 이유

고양이만 태울 건데 트위지면 충분하지 #01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일하는 책방까지 걸어서 고작 10여 분 거리라도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왕복 3km도 안 되는 이 거리를 굳이 걷지 않겠다고 차를 몰고 다녔다. 그러다 꼭 차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전동 킥보드를 샀다. 확실히 골목길에선 전동 킥보드가 차보다 나았다. 하지만 킥보드는 비가 내리면 타지 못하니 정작 정말로 걷고 싶지 않은 날엔 탈 수 없었다. 그래서 비 와도 괜찮을 오토바이를 알아보다가 트위지에 다다랐다.


작은 전기차 트위지 twizy는 비가 오는 날도 탈 수 있고, 물건도 실을 수 있고, 2인승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교통비를 비롯해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사양 대비 차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는데 전기차 보조금이 있어서 일시불로 차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으니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저렴하고 작다고 해도 트위지는 차다. 주차를 해야 하고 충전을 해야 하고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등 충동적으로 샀다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난감해질 것이다. 하다못해 휴대폰이나 작은 전자기기를 고를 때도 신중해야 하는데 차를 사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동차세는 얼마 정도가 나가고, 보험료는 얼마 정도인지, 매월 발생하는 유지비는 어떻게 될지, 우선은 현실적인 ‘비용’을 먼저 따져 보았다. 그 다음,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시승도 해보고, 실제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후기도 물어보면서 다방면으로 고민했다. 모두가 말하는 단점 중 하나는 전기 차임에도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점이 큰 단점처럼 보였지만, 220v 전원 어디나 꼽으면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어쩌면 나한테는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가지 않고도 집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운영하는 책방이 1층 상가여서 책방 상가 바로 옆에 차를 주차한 후 충전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충전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책방의 전기는 일반 가정집 전기와 전압이 달라서 빵빵했고, 모든 가전을 이용하면서 자동차 충전까지 해도, 월평균 전기세가 달라지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트위지를 샀다. 내 명의로 된 첫 차가 바로 트위지다. 예전에는 엄마 명의의 자동차, 남편 명의의 자동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제서야 내 이름으로 구입한 첫 차가 생겼다. 이 차를 산 후, 사람들은 ‘작거나 싸기’ 때문에 이 차를 선택했냐고 물었지만, 크기나 금액 때문만은 아니었다.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차를 최소 1년은 탈 수 있을 것 같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햇살 가득한 날에도 내 출퇴근을 함께할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5년이 훌쩍 넘게 잘 타고 다닌다. 누구보다 만족하며 이 차를 즐긴다. 집과 책방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를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어서 만족하는 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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