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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10. 2021

최고 속도는 80km,
완충하면 60km

고양이만 태울 건데 트위지면 충분하지 #03

귀엽다는 이유로 어딜 가나 시선을 강탈하는 내 차 트위지.


트위지 차는 실제로 구입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차가 궁금한 사람들은 정말 많다. 조금이라도 눈을 마주치면 금세 질문 공세가 시작해서, 운전 중이나 운전 전후 누군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칠 때가 많다.


"몇 km 달려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무엇을?'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고 속도가 몇 km인지, 한 번 충전으로 몇 km를 갈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일까. 제발 말을 할 때 주어 좀 붙여주면 안 되겠습니까?


차를 선택할 때 최고 속도가 얼마나인지 중요한 사람이 묻는다면 분명 최고 속도를 물었을 테고, 멀리 다니는 사람이 물었다면 얼마나 멀리 가는지가 궁금할 수 있다. 눈치를 살살 보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롤 가지고 물어봤을까 생각한다. 잘 모를 땐 그냥,


"최고 속도는 80km까지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60km는 거뜬히 달려요."라고 답했다.


트위지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차도 아니고, 멀리 갈 때 탈 차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편리하게 왔다 갔다 하기 좋은 차라서 최고 속도나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를 갈 수 없는 차라서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최고 속도가 80km라고 해도, 시내 도로에서 최고 속도로 달릴 곳도 없다. 요즘은 대체로 최고속도가 50km 이내인 도로가 많기 때문에 80km도 사실 사치다. 최고속도 60km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만큼 80km 속도는 무의미하다. 한 번 완충으로 가는 거리 역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는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어딘가를 갈 수 없기 때문에 60km, 즉 편도 30km 이상 멀리 갈 때 불편해진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만 왔다 갔다 해서 완충 후 배터리가 바닥이 떨어질 만큼 타고 다녔던 적이 거의 없다.


이 차를 타고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은 집과 책방이다. 집과 책방은 왕복해봤자 3km가 되지 않는 거리이기 때문에 한번 완충으로도 20일 정도는 충분히 탈 수 있는 것 같다. 때때로 책방 업무를 위해 도서관을 오가거나 다른 책방을 오가거나 거래처를 오갈 때 이 차를 타고 다닌다. 아주 먼 곳이나 주차가 불편한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많지만 트위지를 주차하지 못하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나 유용하게 타고 다닐 수 있다. 


최고 속도로 신나게 씽씽 다닐 곳은 없지만,

최고 멀리 달려갈 수 없지만,


맥시멈의 속도와 맥시멈의 거리가 아닌, 보통의 속도와 보통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내 차, 트위지. 우리는 너무 최고라는 것에 시선을 빼앗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평범한 것이 더 나을 때도 많은 것 같은데.



 

업무차 노들서가에 갔을 때 주차했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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