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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17. 2021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평범한 여자의 특이한 자동차 #01

참으로 희한하게도, 어차피 살 것도 아니면서, 어차피 관심도 없으면서, 굳이 불필요하게 "왜" 트위지와 스마트 포투를 샀냐며,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였으면 같은 값이면 대중적인 경차를 샀을 거라는 둥, 자기 같으면 오토바이를 샀을 거라는 둥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참 안쓰럽다. 누구나 각자의 기준이 있고,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굳이 상대방이 불편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추구하는 것이 다르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주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시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바다가 좋은 사람이 있고 산이 좋은 사람이 있고, 자장면이 좋은 사람이 있고, 짬뽕이 좋은 사람이 있다.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비난할 필요도 없고 취향이 다르다고 멀리할 필요도 없다. 모두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트위지를 사게 된 것은 내 라이프 스타일에 이 차가 딱 알맞았기 때문이다.


1. 집과 직장인 책방 사이에는 주유소가 없어서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다가 기름이 떨어졌을 땐 일부로 주유를 하러 갔었는데, 전기차를 탄 이후로 주유소를 찾을 필요 없이 책방의 전기를 이용해 충전하고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
2. 한 달 내내 몰아도 유지비가 1만 원도 들지 않는다.
3. 좁은 골목들을 지나다니고,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과하는 일이 많아서 이 차면 충분하다.
4. 빌라에 거주하고 있고, 주차 공간이 좁은 책방 특성상 트위지면 주차 스트레스가 없다.
5. 가끔 도서관이나 거래처를 오갈 때 충분한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다.
6. 차가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다. (가끔 태워다 달라는 경우나 차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원천 차단 가능)
7. 전기차라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느낌이 든다.


위의 이유만 해도 내가 트위지를 선택한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굳이 트위지를 살 거면 경차를 샀을 거라는 둥, 트위지를 살 거면 오토바이를 샀을 거라는 둥의 이야기는 불편할 뿐이다. 경차가 필요했으면 경차를 샀을 거고 오토바이가 필요했으면 오토바이를 샀겠지. 누가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경차는 위에서 말한 트위지의 장점 중 1,2번 때문에 별로 원치 않았다. 오토바이는 5번 이유와 자주 고양이를 태우고 다녀야 하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비 오는 날도 타고 다녀야 하는데 비 맞는 거 싫어하는 나한테는 오토바이보단 트위지가 낫지.





그리고 스마트 포투를 샀던 것은 트위지로만은 장거리를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장거리용으로 가끔 타는 내연차를 선택해야 했을 때 예전부터 로망이었던 이 차를 선택한 것이다.


1. 집과 책방의 주차 공간이 좁아서 최대한 작은 차를 사고 싶었고, 이왕이면 도심형으로 출시된 차 중에서 경형 자동차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2. 차량 가격이 일시불로 2,000만 원이 넘지 않았으면 했고, 연비가 좋고, 엔진 성능이 좋았으면 했다.
3. 둘 이상 차를 탈 일이 없기 때문에 2인승이면 충분했다.
4. 이왕이면 오픈카를 타고 싶었다.
5.  북 마켓 등 외부 행사를 할 때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었으면 했다.


이 차는 매일 출퇴근용 보다는 외부 행사나 지방 일정이 있을 때, 종종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좁은 주차 공간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으면서, 잠깐 타더라도 내 로망을 채울 수 있는 자동차이길 바랐다. 가장 타고 싶은 차를 손꼽자면 포르셰 911인데, 이 차는 그 차 다음으로 2순위 정도였으니 로망을 채운다는 입장에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뿐인데. 왜 이런 차를 타냐고 묻지 말고, 그저 내 취향을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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