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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11. 2021

아이들에게 쉽게 약속하지 마세요!

평범한 여자의 특이한 자동차 #02

장난감 같아서 정말 장난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차, 트위지.

때때로 사람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카트' 정도의 취급을 할 때도 있다.


"이 차 정도면 운전은 거뜬히 하겠네."

"엄마도 저 차 살까?"


들으라고 하는 말일까.

나에게 하는 말일까.


차 안에 있는데도 쩌렁쩌렁 들리는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이 차를 갖고 싶냐며, 차를 살까? 물어보고, 아이들은 좋다고 "엄마, 저 차 사는 거야?"라고 되묻고, 그럼 또 "그럼, 사러 가자!" 약속을 해버린다.




나는 엄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도보 5분 거리에 가까이 살고 있고, 코로나 이후로는 일 끝나는 시간에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저녁 식사를 친정에서 하게 되면서 매일 저녁 만나고 매일 저녁 투닥거린다.


내가 왜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마 탓일 때가 많았다. 입고 싶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히고, 내가 좋아하는 옷은 낡았다는 이유로 죄다 버리고, 좋아하는 인형도 더럽다고 버리고, 원치 않는 물건만 잔뜩 내 방에 가져다 놓는 엄마였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나중에 사줄게. 약속해!"라고 하면서 그 약속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고, 내가 원치 않는 것만 강요하는 모습이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길가다 우연히 "저 자동차 사줄까?", "엄마도 저 차 살 수 있어!", "아빠는 저 차 돈 준다고 해도 안 살 거야." 같은 말을 쉽게 아이들에게 하는 어른들을 보면 슬프다.


왜 아이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왜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그 약속들을 말하는 걸까.


어떤 아이들이라면 정말 엄마가, 아빠가 이 차를 살 것 같아서 꿈을 꾸고,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트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고작 누구나 살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트위지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운전이 쉬운 차는 아니다.

그리고 이 차를 선택함에 있어 '운전이 쉬울 것 같아서'라는 보기는 없었다.


좁은 주차장에서 주차를 할 수 있는 작은 차라는 것, 좁은 골목을 달릴 때 유리하다는 것, 주유소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등 내 일상에 편리함 때문에 이 차를 선택하게 된 것이지, '운전'이 쉽다는 이유는 선택지에 아예 없었다.


사실 시승을 해봤을 때도 이 차의 운전은 쉽지 않았다.


우선 액셀을 꾸욱 밟아야지만 직진을 하고, 오르막일 땐 뒤로 밀리기 십상이고, 주차를 할 땐 평지여도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드시 채워야 하고, 뒤 창문이 없어서 후진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땐 사이드미러에 의지해야 하고, 의자 높낮이 조절, 스티어링 조절은 아예 불가하고, 드라이브, 후진, 파킹 등 스틱이 있는 일반 차에 비해, 버튼식으로만 조작해야 하며, 액셀을 꽉 밟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땐 원치 않은 방향으로 차가 굴러가는 일이 일쑤인 이 차는 어려운 차였다.


노면 상태가 온몸에 느껴질 만큼 도로 상태를 확인하면서 달리게 되고, 히터와 에어컨이 없으니 날씨 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충전이 덜 되어 있으면 갈 수 있는 거리가 한정적으로 되는 이 차가 쉬운 차일 리는 없다.


그럼에도 작다는 이유, 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쉬운 대접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

제발 초보자가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덜컥 이 차를 사지 않기를 바랐고.




실제 공사 자제는 이보다 더 가득 차 앞을 막고 있었다.... 또르르....


얼마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옆 집 공사하는 사람들이 우리 집 주차장에 공사 장비를 잔뜩 놓아둔 것이다.

차가 나가야 하는데 공사 장비로 꽉 막혀 있는 상황이라, 장비를 옮겨 달라 말했더니, 대뜸 "차를 빼주겠다"며 차키를 달란다. 어이가 없어서, "운전을 못해서 못 나가는 것이 아니라, 차 앞에 물건을 가득 쌓아 놨는데 어떻게 나가라고요? 아저씨 저 차 운전이나 할 줄 알아요?"라고 말했다.


트위지를 한 번도 운전해보지 못한 사람은, 차 문을 열지도 못하는데, 과연 운전을 할까?

차키를 꽂아 놓고 다녀도 시동 조차 걸지 못할 텐데, 차 키를 꽂아 돌린다고 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런 하찮은 취급을 받으면서도 왜 나는 트위지를 탈까.


생각해보면 차를 '재산'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나에겐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을 것 같다. 전기차라는 장점과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느낌, 그리고 불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은 이 차를 타는 가장 좋은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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