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 태울 건데 트위지면 충분하지 #07
"트위지를 운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한가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번에 "비가 올 때 비가 들어오는 거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비 오는 날 비 맞는 것이 싫어서 외출을 삼가고, 신발에 물이 들어오는 것도 싫다며 장화를 신고 다닐 때가 많았던 나에게 비 오는 날 비가 새는 것은 이 차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였다.
비가 오면 비가 차 안으로 촉촉 들어오는 차 트위지.
비에 한참 맞으면 촉촉하게 의자에 빗물이 고이는 차 트위지.
처음엔 단점이라고 생각하던 것들도 익숙해지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비가 오면 비가 새겠구나, 비를 맞겠구나 생각하고 맞는 비는 괜찮았다. 그리고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세차가 필요할 때, 빗물보다 더 강한 고압건으로 묵은 때를 벗겨야 할 때, 셀프 세차장으로 향한다.
소복이 쌓인 눈을 고스란히 맞고, 몇 달 동안 묵은 때를 그대로 품은 채 트위지가 꼬질꼬질해지면, 세차를 하고픈 욕구가 발생한다. 하나의 세차장 칸에 두 대는 거뜬하게 세울 수 있을 것 같은 트위지를 앙증맞게 주차한 후, 고압건으로 물을 뿌려주고, 보글보글 거품솔로 비누질을 솔솔 해주고, 다시 고압건으로 마사지하듯 묵은 때를 벗긴다.
작은 차라서 고압건에서 시작해 거품 솔을 쓰고 다시 고압건으로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 빗물보다 더 강한 고압건으로 순식간에 차를 닦아서 그런지 문이 닫혀 있던 차 안에도 거품과 물기가 닿았지만, 조금 젖는 것쯤이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익숙한 듯 쓱쓱 물기와 거품을 닦고 차에 오른다.
나는 매일 반짝반짝 차를 닦지는 못한다. 차를 예쁘게 꾸미거나 관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차는 단지 이동 수단일 뿐이고, 실용적이면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길 바랄 뿐이다. 더군다나, 평소 깨끗한 성격은 아니어서 지저분한 것에 오히려 익숙한 나. 그러다 보니, 더러움을 참고 견디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청소를 감행한다. 그래서 완전히 말끔하게 깨끗한 것들을 볼 때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