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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Feb 14. 2024

동네책방 책방일기 #60
통장 잔고는 얼마가 적당할까

책방엔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구분되지 않지만, 특히 바쁜 달과 한가한 달은 적당히 나뉜다. 주로 여름과 연말이 한가하고, 1월과 2월, 그리고 6월과 9월, 10월이 특히 바빴다. 물론 책방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대부분의 장부를 마감하고, 신간도 많지 않고, 모임 모객이 잘 안 되는 12월이 되면, 한 해 정신없이 돈이 들어왔다 사라졌던 통장을 살핀다. 자영업자의 하루 수입은 들쑥날쑥해서 평균치를 내기 어렵고, 정산이나 지출 등이 발생하는 것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매달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서 주로 연말에 통장 잔고를 보며 내가 돈을 버는 건지 쓰는 건지 알게 된다. 통장을 쭉 살피다 보니 정산 지출이 많이 발생하는 달은 500만 원 이상이 나갔고, 수입이 많이 들어올 때는 700만 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했다. 어떤 달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고, 어떤 달은 지출 거의 없이 수입만 많았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내역이었지만, 그래도 마이너스가 되거나 돈이 없어 허덕이는 때는 없었다. 지독했던 코로나 시기나, 손님이 특히 없는 여름과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어쨌든 2023년 12월 말에 본 통장 잔액은 2022년 말과 마찬가지로 대략 천몇 백만 원이었다. 나쁘지 않군.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작년 말에도 같은 잔고를 본 것 같은데,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잔고라고? 그렇다고 내 재산이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는데, 왜 잔고는 그대로인가. 일 년의 시간 동안 분명 바쁘게 살았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늘어난 것은 없는 것일까. 


돈을 벌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곧바로 닥친 2024년 1월엔 그 돈의 절반이 사라졌다. 정산지출로 몇 백, 재산세와 부가세, 각종 면허세를 내고 나니 너덜너덜. 온갖 세금들은 왜 1월에 한 번에 몰려 있는 것일까. 연말 잔액을 보고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훅 떨어져 버린 잔액이 속상했다. 어차피 나갈 돈인데 왜 이렇게 아깝던지.


그리고 2월이 되었다. 잔고는 아직 채워지지 않고, 절반이 줄어든 그대로 멈춰 있다. 이 와중에 국제도서전 참가비와 북 마켓 참가비, 책방에서 사용할 각종 사은품과 홍보물 인쇄 등등 또 지출을 한다. 신간을 채우기 위해 도매를 뒤져 책을 고르고 주문을 한다. 다행히 사라진 통장 잔고만큼 미수금 된 돈이 들어와 채워지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 이보다 더 나은 잔액을 마주해 보고 싶다.



"돈을 벌면 재투자는 얼마큼 해야 하나요?"


작년 말 독립서점 특강에서 들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참으로 묘했다. 그냥 별거 아닌 질문일 수 있지만, 요즘 부쩍 SNS에는 돈 많이 벌었다고 통장 잔고 인증하거나 비싼 자동차 키 인증하는 등, 과시하는 계정들이 늘어난 것이 떠올랐다. 


"돈을 많이 벌면 책방을 보수하고, 콘텐츠를 채우는 것에 최대한 투자해야만 합니다."라고 답했으나, 속마음은, 돈을 많이 벌면 명품이나 과소비할 것이 아니라, 본질을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그냥 내 과시욕이 아닐까. 홍보물을 만들거나 책방 사은품을 하나 더 만든다고 손님이 늘어나거나 매출이 막 상승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돈 벌면 매번 뭐라도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단순히 SNS에 자랑하기 위한 수단인가. 사람들은 그런 게시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많이 버는 것보다 행복할 만큼만 벌고 싶고, 자랑하는 삶보다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인데, 통장 잔고를 보며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졌고, 무엇이라도 자랑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를 다독였다. 초심을 잃지 말고, 그저 그렇게. 매년 재산이 늘지 않아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통장 잔고는 딱, 무언가 당장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할 수 있는 만큼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고양이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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