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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17. 2024

동네책방 책방일기 #63 문학 동아리 & 서포터즈

도대체 버는 돈도 별로 없는 데 세금은 매번 왜 이렇게 많이 내는 걸까.

2024년이 되어서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등등 세금으로 몇 백만 원을 지출하고 나서 생각했다. 고작 책방한다고 돈도 못 버냐고 먹고살기는 괜찮냐는 수많은 질문 속에 나 정말 가난한가 싶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런 나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하고. 이제 좀 저축해 볼까 하면 세금으로 훅 나가버리는 돈.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


(세무관리를 받고 있기에 줄이고 줄여도 내는 것도 너무 많다고요 ㅠㅠ)


몇몇 책방지기들에게 물어보니, '인건비' 지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 거라며, 다른 지출 아무리 늘리기보다 인건비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알바를 썼던 적도 있었는데, 그땐 세금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비가 부담이긴 해서, 그냥 알바 없이 혼자 영업한 것도 벌써 꽤 되었다. 그렇다고 알바를 쓰자니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다른 인건비를 찾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물음엔, 올 초 부가세 낸 만큼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렇다면 4번 정도의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잡아 작가 비용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또 모객이나 섭외 등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명확한 해답도 없이 모임을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을 써서 작가님을 섭외했는데 모객이 잘 안 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그러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책방 활성화와 더불어 개인의 역량 강화, 그리고 책방 홍보까지 더불어 가능한 동아리 멤버를 모집하여, 활동을 잘하면 활동비를 지급하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명을 모집해야 할지는 잘 몰라, 일단 신청서부터 만들었다. 조건에 맞는 사람이 많다면 최대 10명까지 고민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활동비가 공지된 게시글을 올리자 곧바로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1) 월 1회 이상 함께 활동하는 분들과 동아리 번개 필수 - 합평을 하는 모임입니다.
(2) 월 1회 이상 책방에서 1시간 이상 글 쓰러 와야 함 - 개인의 시간입니다.
(3) 월 1회 이상 자신의 SNS에 책방 관련 이야기 업로드 - 번개나 글 쓰는 것에 대한 후기 등 간단한 것
(4) 활동하는 5개월 간 책방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1번 이상 참여해야 함 (유료 모임)
(5) 활동을 위한 책방 포인트 5만 원 + 월 별 3만 원씩 총 15만 원 활동비 지급


신청하신 분들의 성향에 맞춰, 연령대나 스타일 등을 나눠, 비슷한 그룹이 형성된 분들을 최소 5인, 최대 10인으로 정하겠다는 심정으로 신청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신청이 끝난 후, 곧바로 신청서를 검토하여 서포터즈 선정까지 후다닥 마무리했다.


개개인을 생각하면 비용을 많이 지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보다 글을 함께 쓰는 동료를 만나길 바랐고, 또 이 핑계로 미뤄왔던 어떤 글들을 끄집어내길 바랐다. 더불어 월마다 최소 5건 이상은 책방 후기가 SNS에 올라가는 것 아닌가! 서로에게 윈윈!


그래서 선정 기준도 당연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하여, 아래 기준을 잡았다.


(1) 당장 몇 개월 이내의 구체적인 출판 및 공모의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
(2) 활성화된 SNS계정을 올려 주신 분


일차적으로 신청자들 중에서, 당장 몇 개월 이내의 구체적인 계획을 남겨 주신 분들을 찾으니 대략 10여 명. 거기에 활성화된 SNS 계정을 찾으니 7명으로 압축.


신청자는 많았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지 않았거나 계획을 아예 남기지 않은 분들이 대다수였고, 비공개 SNS를 올리거나 아직 SNS가 없는데 이참에 만들어 보겠다는 의견을 남긴 분이 꽤 많았던 것이다. 큰 것을 기준 삼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난번 다녀온 여행이 있는데 올해 이 여행기로 독립출판을 해볼까 합니다.' 정도의 글만으로도 충분했고, SNS도 월에 1건 이상은 몇 달 정도 꾸준하게 올려왔거나, 책 혹은 글과 관련된 계정이길 바랐으나 대체로 비공개나 1개의 게시글만 있는 계정이 많았다. 자주 오는 단골분도 계시긴 했는데, 자주 왔다고 해서 위의 기준에 맞지 않은데 선정할 수는 없었다. 나 좋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이는 분들이 서로서로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최소한 신청서만으로 서로의 가능성을 함께 응원할 팀원이 모여지길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 선정되지 않은 분들에겐 책방에 방문하여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1만 원 지급해 드렸다. 그래도 꼭 와서 글을 쓰길 바라는 마음과 선정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고픈 생각이랄까. 하지만 늘 생각지 못한 잡음들은 발생한다.


그냥 선착순 모집이 아닌, 결이 맞는 분들과의 모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선정되지 않은 분들의 불만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책방에 사람들이 오게 하는 영업 & 마케팅이라는 말 (사실 책방에 오게 하려고 만든 프로젝트인데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떨어진 거냐는 말 (한 번도 안 와도 선정된 분들이 있는데요...?), 개인 책방이면서 뭔 기준이 그렇게 까탈스럽냐는 말 (그러니까요, 까탈스럽게 여기는 분을 떨어뜨리고 싶었나 봐요...?)


암튼, 문학 동아리 & 서포터즈는 시작되었다. 11월 말, 나는 이 지출에 만족할까? 아니면 괜한 돈만 쓰고 나쁜 마음들만 잔뜩 얻게 될까.


시간이 흘러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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