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마더' 가 된다는 것

아홉번째 이야기

by 김지선

드라마 '마더' 의 마지막회를 보고 난 후.. 여자인 나에게 '엄마' 라는 것은 무엇인가 무척이나 참 무거운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고양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걸까 생각을 합니다.


2004년 여름.

워낙 어릴 때부터 동물과 함께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어느날부터 갑자기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간만 되면, 온갖 고양이 관련 이야기들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그러했지요.


그땐, 유독 검색어가 특이했던 것 같아요.


"임신과 고양이"
"고양이 혼자 2박3일"
"고양이 교육"
"고양이 화장실 교육"
"고양이 눈"
"고양이 야행성"
"고양이는 목숨이 여러개"
"고양이 복수"


등등


나는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을 때, 주변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동물을 집안에서 키우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두려웠고,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고양이를 외롭게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고, 혼자 살고 있었기에 고양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 때 괜찮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미 확신에 차 있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편견만 많았던 2004년의 어느 날엔,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다행히 나는 가족과 먼 파리에 살고 있었고, 주변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무척 많았기에, 언젠가 고양이와 함께 살 때를 상상하며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을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죠.


고양이가 나를 선택하는 때가 있을거야.


그냥 무슨 믿음이었는지 몰라도, 혹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꼈는지 몰라도, 고양이의 편견에 대한 반박 자료조사는 많이 하면서 정작 고양이를 찾아 다니진 않았어요.


그냥 어느날, 나를 필요로 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그 고양이가 나를 선택하지 않을까...?

그냥 그런 이상한 마음 뿐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정말 너무도 우연히도 '고양이 분양' 이라는 인터넷 글을 보게 됩니다. 그 글을 보자마자, 신기하게도 저 아이가 나를 엄마로 찾고 있구나! 생각이 되어 곧바로 연락을 했고, 그렇게 나의 고양이와의 만남을 준비하게 되었죠.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가 내게 왔어요!


고양이 입양을 준비하는 일주일 간은 정말 행복했어요. 사실 그때까지도 고양이의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그런 때였지만, 그냥 고양이가 있는 삶이 시작된다는 것, 그것만으로 정말 행복했던 때가 더 있을까 생각이 됩니다.


고양이와 함께 산 14년을 돌아봐도, 여전히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입양하기까지 약 일주일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매일 마트에 가고, 고양이 용품을 파는 백화점을 찾아다니며, 용품을 사고 사료를 사고 하던 그 때... 내가 살던 집이 고양이가 있어도 안전한 곳일까 점검을 하고 또 점검하던 그 때.... 그 설레임.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 드라마 마더 속 이보영 대사


오늘 마더 드라마를 보며, 참 공감했던 이 말.

고양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도 어쩌면, 그런 걸까요?


평범한 나의 삶 속에, 설레임이라는 감정이 느껴졌고, 그게 기다림이 되었고, 기다림은 첫 만남의 벅참을 가져왔고,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이런 감정들이 마구 태어났어요.


지금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 감정들을 잊고 살게 되었지만, 오늘 밤은 고양이를 처음 만났던 그 날로 잠시 돌아가 다시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깨워 봅니다.





안녕, 우리 집에 처음 왔던 그날의 너!


오자마자 내 발 사이에서 깊은 잠을 청한 너를 보며, 뭐 이리 뻔뻔한 고양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음 날엔 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을 청하는 너를 보게 되었지....


다시 돌이켜봐도, 내가 널 선택한 것이 아니라, 네가 날 선택한 게 맞는 것 같아.

그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