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이야기
몸에서 고름이 나와.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미팅에 일에 바쁘게 외출하고 돌아가는 길, 오빠에게 연락이 왔어요. 아픈 거 같다고 얼른 병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일이 많은데도 아프다는 소리에 부리나케 차를 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왜 아침에 나올 때 난 고름을 보지 못했을까 속상하더라고요.
요즘은 내 안부보다 고양이 안부를 먼저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뚜름이 근황을 전합니다.
매일 집사 옆에 붙어사는 녀석인데, 요즘은 구석에 누워 있거나, 집에 들어가 있거나 바닥에 누워 있거나 계속 누워 있고, 손길을 거부해요. 안기는 거 좋아하던 녀석인데 안을 수가 없어요. 안으려고 하면 소리를 질러요. 꽥. 그래서 그냥 쓰다듬어주면 고롱고롱거리는...
잘 때도 항상 내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자던 녀석인데 요즘은 잘 때 옆에 오지 않아요. 딱 이만큼. 손이 살짝 닿는 저 거리에서 고롱고롱 그르릉 거리다가 꾹꾹이 살짝 하고 바로 내려가 바닥에 숨어서 잠을 청해요.
이름보다 '밥 먹자'라는 말에 더 빠르게 달려오던 녀석이었는데...
식탐 강하던 녀석인데 요즘 식욕이 많이 줄었어요.
약을 먹이기 위해서 캔에 섞어 주는데, 예전엔 캔 하나도 거뜬하게 먹어 치우던 녀석이 캔을 조금만 덜어 놨는데도 먹는데 힘겨워해요.
많이 나빠졌어요. 수술할 수도 없나 봐요.
고름이 나오니 오늘은 고름 약을 받아 왔고, 먹는 약을 더 받아 왔습니다.
아! 주사도 한대 맞혔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해요.
매일 깨끗한 물을 요구(?)하는 녀석 덕분에 거금을 들여 고양이 정수기를 하나 구매했는데도 여전히 내가 먹여주는 물을 좋아하는 뚜름이에요. 내가 화장실에 가면 물 달라고 따라오는 때가 유일하게 뚜름이가 활발한 때에요.
어차피 아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오래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마지막 날까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헤어지는 것이 내일이라고 해도 오늘까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병원 가려고 케이지에 넣으면 발악을 하며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케이지 넣는대만 5분 이상 걸렸는데, 오늘은 발악할 힘도 없는지 오줌을 싸버리더라고요. 무서워서. 케이지 들어가면 병원 가는 걸 아니까요.
요즘은 뚜름이 사진도 많이 찍어요. 왠지 마지막 사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요.
영상으로도 많이 남겨요.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