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 떠날 수 있는 용기

이 제목에 끌린 당신은 떠날 용기가 있나요?

by 김지선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떠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다. 나의 직업이 [여행작가]이고, 해외 생활 경험이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것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며, 조언을 구하러 찾아오는 경우도 참 많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
1. 돈이 충분하지 않다.
2. 부모님, 가족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3. 지금 하는 공부를, 혹은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다.
4. 혼자 힘으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5. 다시 돌아왔을 때, 헛된 시간만 보내고 온 게 아닐까 후회할 것 같다.


누구에게나 떠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나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늘 비슷했다. 의외로 평범하고 의외로 어려운 숙제 같은 느낌의 문제점들이었다.


2001년 한국을 떠나기 전 나의 스물세살 모습


내가 처음 파리로 떠났던 스물세 살의 나를 상상해봤다. 2001년이던 스물세 살의 나에겐 매달 월급을 저축해서 모은 500만 원이 넘는 적금이 있었고, 꼬박꼬박 잔고를 채워주던 (당시엔 월급을 봉투로 받던 시절) 직장이 있었으며, 오전 시간을 활용해 학원을 다닐 여유와 가끔 여행을 다닐 시간도 있었다. 돈 벌어 오라고 말하지 않는 부모님이 있었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난하지 않은 가정환경이 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가 떠나면 안 되는 이유]
1. 돈 엄청 필요할 텐데 괜찮아?
2.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떨어져서 외롭지 않겠어?
3. 지금 직장 나쁘지 않은데 그만두면 후회하지 않을까?
4. 혼자 살아본 적 없는데, 해외에서 괜찮겠어?
5. 잘 돼서 온다는 보장이 없잖아?


15년 전, 2001년 지극히 평범했던 스물세 살의 내가 파리로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말은 통하냐, 돈은 있냐, 외롭지 않겠냐... 등등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하는 말들은 모두들 떠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다. 진짜 저 이유들 때문에 내가 떠나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하나씩 왜 떠나도 되는지 이유를 뒤집어봤다.


[내가 떠나도 된다는 핑계]
1. 돈 - 파리로 떠나는 편도 비행기표와 4개월치 생활비와 주거, 학비가 충분히 있었다. 돈은 가서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정 안되면 돌아오면 되지 하는 생각을 했다.
2. 외로움 -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외로울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사귀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3. 직장 때려치우기 - 아직은 스물세 살이다. 왜 굳이 지금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4. 자취 - 어쩌면 자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5. 실패 - 어차피 목적은 없다. 기대감이 없으니 실패를 하는 기준을 모르겠다. 떠나는 것 자체가 도전이고, 그 도전을 이루는 것 자체가 성공 아닐까? 왜 알 수 없는 미래에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그러므로, 나는 파리 행 편도 비행기표를 구입했고, 프랑스에 거주할 수 있는 연장 가능한 6개월 비자를 받았으며, 우선 4개월 동안 살 기숙사를 구했고, 어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2001년 3월 28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 모든 것을 예약하고 떠나게 될 때까지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언제나 나는 즉흥적이었으며, 결단력이 빠른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2001년 처음 프랑스에서 살던 시절 내 모습


[부모님의 허락]

나는 파리로 떠나는 것을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 설득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고, 나는 이미 4개월을 버틸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설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부모님께는 그냥 통보했다. 떠나긴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말이다. 4개월이 될 수 있고, 1년이 될 수 있으며, 몇 년 더 머무를 수도 있겠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미 티켓을 예매했다고 하는 말도 곁들였다.

난 참 나쁜 딸 이었으며, 아주 이기적인 여자였다.



15년이나 지났으니 뭔가 달라졌겠죠?


15년 전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은 일 년에 2박 3일 정도의 짧은 휴가만 사용할 수 있던 시절이었고, 여행이라는 것 자체를 동경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으며, 심지어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저 해외여행 다녀왔다고 하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사진 보여달라고 하며 쉽게 믿지 않던 시절이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주일에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일 년에 1~2주의 휴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행을 마치 일상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늘었으며,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전과 여전히 다르지 않은 것들이 있다. 바로, 해외로 오랜 시간 떠나려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며, 떠나고 싶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떠나지 못할 핑계들이다. 여전히 떠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15년이 더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2008년 4월 18일 여행작가로의 처음! 유럽으로 출국하면서 일본을 거쳐가기 위해 탔던 JAL 비행기 - 새로운 출국


나 역시 2001년의 파리로의 출국과 마찬가지로 2008년 여행작가로 첫 삶을 시작하며, 유럽으로 출국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많은 걱정들과 조언을 들어야만 했다. 장기로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조언들이었다.

여행을 하며 돈을 쓸 텐데 책을 내고 나면 그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거냐며 많이들 물었고, 책을 쓸 자신이 있는 거냐며 나의 새로운 도전에 의문을 던졌고, 이러려고 유학 다녀온 거냐며 돈 들여 공부한 거 때려치우고 왜 다른 일 하려고 하냐고 걱정했다.



후회하지 않냐고요?


용기를 가지고 떠났던 2001년으로부터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새로운 도전으로 떠났던 2008년으로부터 8년이 흘렀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용기인지 도전인지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떠날 수 있었던 스물세 살로 다시 돌아가 다시 내가 파리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된다면, 나는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의 파리


내가 파리로 떠난 것이 가장 후회스러웠을 때가 바로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있지 못함이었다. 하필 중요한 자격증 시험 기간이어서 한국에 도저히 갈 시간은 없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우리나라의 승승장구로 자꾸만 응원하게 만들었고, 현지 언론에서 한국의 응원 소식과 경기 소식을 연일 대서 특보하며 전해주다 보니 한국이 정말 그립고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을 꼭 보고 싶어 졌었다. 아직도 한국에서 그 시간을 보내지 못했음에 너무 아쉽다.




떠나고 싶으세요?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씩 적어보자. 그리고 그 이유를 해결할 방법도 꼭 함께 적어보자. 의외로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들은 사소한 것들이며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효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한 법이니까...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족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너 나이만 되었어도, ~을 하고 있을 거야]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내가 너 나이였으면" 이란 말이다. 내가 몇 살만 어렸으면 나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라고,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참 많다. 물론 그때의 결정이 모두 옳은 결정은 아닐지라도, 못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아쉬워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떠나고 싶다면,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당장 지워보라!








글.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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