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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06. 2019

책방일기 #29
책을 책방에 들여 놓는 것에 대해

책방을 오픈한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는데요~

여전히 책방이 어떤 곳이고,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지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 될까요?


우리 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 될까요?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그걸로 이 책방을 기억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방을 어떻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에게 이 책방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요. 사실 책방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런 계획이 없던 일이었어요. 책을 쓰는 작가였고, 책을 만드는 독립출판을 했고,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책방의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만들고 팔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책방이지만, 이 공간은 결코 저 혼자만의 공간은 아니라는 걸 오픈 첫달에 깨달아 버렸지요.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넘어서 이 공간은 이용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책방에 발을 들이는 순간 또 오고 싶게 만드는 힘, 그리고 이 책방을 기억하고 나중에라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그 힘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 고민해요.

이 책방을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말이에요.





전혀 책방스럽지 않은 입구.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무슨 공간이냐고 종종 묻지요.


그럼 어느날은 책방이요, 라고 하고 어느 날은 카페요 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매일 저는 책방이에요 라고 대답하고 싶어져요.

책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서재를 잘 꾸며야겠지요?






새벽감성1집에 오시면, 여행책도 있고, 고양이책도 있고 독립서적도 있고, 에세이와 소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있진 않아요. 종수로 약 400종의 책들이 판매용으로 진열되어 있지요.


처음 이 책장에 책을 들여 놓을 때는, 일단 내가 잘 아는 책과 내가 좋아할만한 책들을 우선 선택했고, 스테디셀러 중에 여행책, 소설책을 몇개 선택했어요. 그리고는 독립출판 도서는 입고 문의가 올 때마다 선별하지 않고 받아들였죠.


그렇게 모인 것이 400종의 책이 되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무분별한 책들은 오시는 손님으로 하여금 이 책방의 색깔을 이해하기엔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엔 독립출판 도서들은 무분별한 입고가 아닌 선별적으로 장르나 스타일을 선택하고 있어요. 그렇게 2주 정도에 1~2종이 추가 되는 것 같아요. 선택되는 책은 제가 좋고 나쁘고는 판단할 수 없기에, 가장 큰 틀은 여행책일 경우 90% 정도는 받고 있고, 고양이책도 거의 100% 받고 있어요. 다른 장르의 책들은 표지가 이쁘거나, 내용이 무겁지 않거나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감성의 책들을 우선 선별하고, 시나 소설, 사진집 등은 되도록 선택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리고 단행본들의 선택 기준은 읽고 싶은 소설이나 고양이 관련 책, 신간 중에서는 여행과 고양이 관련 베스트셀러를 1~2권 정도는 꼭 가져다 놓으려고 하고 있지요.


아무래도 베스트셀러가 판매가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아니고 이 책방의 책들이 현재를 반영하고 있냐 아니냐를 최신작들을 보여주면서 느끼게 하려는 의도인것 같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등 SNS에 아주 많이 올라오는 최근 책들은 되도록 한권씩이라도 가져다 놓으려고 노력중이죠. 그 책이 판매로 이어지면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요!








책방의 책들은 빠지면 그 자리에 다른 책들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책이 많이 팔려서 기분이 좋기도 한데, 그런 날은 팔린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을 주문하게 되어 결국 재정은 마이너스가 되지만, 그래도 새로운 책들을 가져다 놓을 수 있다는 기쁨에 책방을 하는 즐거움을 알아 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또 저는 출근하자마자 책방의 책들의 위치를 이리 저리 고쳐보고 있겠죠?

아직도 어떤 색깔이 이곳을 정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게 결정될 날이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많이 오셔서 책을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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