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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18. 2019

책방일기 #30
휴무니까 휴무예요.

요즘 부쩍 여러 곳에서 인터뷰, 촬영 장소 문의, 대관, 단체 강연 등을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최근에 들어 동네책방이라는 공간이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궁금해하시고, 모임 장소로 삼고 싶으시고, 북토크나 독서 모임 등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진 이유겠지요.


참 반갑고 좋은 일이에요. 





오늘도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저희가 (책과 관련된 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책방 방문을 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수요일은 휴무인가요?"


"네 휴무예요."라고 말을 하니,


"그럼 수요일은 휴무니까 사장님도 출근을 하지 않는가요?"라고...


"네 휴무니까 휴무예요..."


"저희는 수요일 밖에 움직일 수 없는데, 문을 열어주실 수는 없는 거죠?"


"죄송합니다. 사전에 일정이 없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휴무는 휴무인 이유가 있고, 외부 업무를 몰아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일은 외부 일정이 아주 많아서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끊었어요.




오늘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동아리 모임에선 수요일 모임 예약을 하고 가셨어요. 인원이 많지 않아도 괜찮냐는 물음에 최대한 가능하게 해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사전에 손님으로 오셨던 분들이 가시면서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었고, 특히 주제가 '책'인 데다가 제가 쓴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전에 비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었고요.


그런데 단순히 '방문'만을 목적으로 한 알 수 없는 모임에, 문을 닫는 수요일인데 문을 열어 드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당장 휴무일 전날 연락 주시기도 했고요. 


누군가는 '수요일'만 움직일 수 있듯이, 저희는 '수요일'만 문을 닫거든요.


아무리 책방이 수익보다 만족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이 공간을 이끌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인 것 같아요. 내가 정한 '휴무'가 있다면 방해받고 싶지 않고, 내가 정한 '오픈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요.


수요일을 휴무로 정하기까지 거의 6개월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지나오면서 책방의 손님이 수요일이 가장 적었어요. 아예 손님이 없는 날도 꽤 많았고요.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한 번은 와주시지 그랬냐고 끊은 전화기에 무심코 이야기해봅니다.


저희 책방을 진짜 찾고 싶었다면, 최소한 제가 시간을 비워놓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연락 주세요. 





- 비 오는 날, 괜히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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