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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22. 2019

책방일기 #31
결론부터 말을 시작해요.

예술을 전공했어요?


라는 말을 들었어요.


"네?"라고 되물으니,

"공간을 잘 꾸민 것 같아서요"라고.


이 질문에 당황하며, 내 말문을 막게 만든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론부터 말이 오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해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꺼내놓은 첫 마디는 많은 생각들을 하나의 결론을 이끈 그 마지막 문장일수도 있을거에요.


그분도, 공간이 이쁘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 무슨 일을 하다가 이 일을 했을까 생각하다가, 예술이 전공인가?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결국 나에겐 앞의 생각을 다 뺀 채 "예술을 전공했어요?"라고 물었겠죠.


차라리 생각부터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공간을 꾸미는 걸 좋아해요?"라고 먼저 묻고, "예술이 전공이에요?"라고 물었다면 말이에요.


물론, 공간을 꾸미는 것과 예술이 전공인 것은 너무도 별개의 문제 같아요. 예술이 전공이신 분들의 공간에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공간은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지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꾸며진 공간이 맘에 들면,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간을 잘 꾸몄다고 칭찬을 하게 되는 것 같고, 내 취향이 아니라면, 그 취향을 존중하며 공간에 대한 칭찬을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가게는 다 자기 만의 개성이 넘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제가 좋아하는 것, 제 취향에 맞는 것을 단순히 가져다 놓고 정리를 해 두었을 뿐이지, 이 공간을 꾸미는 것에 대한 예술적, 건축학적 철학은 하나도 없어요. 그럼에도 이 공간이 좋다고, 잘 꾸몄다고 칭찬을 받으면 굉장히 부끄러워져요. 조금 더 신경쓸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정리 없이 마구 흐트러놓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게 또 하나의 매력이나 개성으로 비추어 지는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합니다.


매일 책방을 한 바퀴 돌면서 허전한 공간을 찾고, 그 공간에 채울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책방 업무 중 하나 같습니다. 


아주 좁은 공간 같아도 구석구석 진짜 많은 물건들이 들어간다는 것도 신기하고, 더 채워진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곳에 사람들의 흔적도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참 신기한 요즘 같아요.


더불어, 화법이 특이하긴 했지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먼저 해주신 고객님 감사합니다 :) 뭔가 저를 당황시켰지만, 이후 대화는 너무 즐겁고 좋았어요! 자주 놀러오세요!! :)



한가지 덧붙이면,

저는 피부미용과 출신이고, 헤어를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제 외모는 피부미용과 출신이라고 생각되진 않을거에요. 하하하.


아무튼,!

우리 또 책방에서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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