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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25. 2019

책방일기 #32
알바님 지각사태

"사장님, 낼 하루 그냥 문 닫으면 안되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알바님에게 카톡이 오셨습니다. 하하하하.


무슨 소리 하냐 그랬더니, 자기 너무 갑갑해서 쉬고 싶다 어쩐다 그러길래, 출근 시간을 무려 1시간30분이나 미뤄주었지요.


-


그러나.

하.

하.

하.


알바님이 출근했어야 하는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죄송해요" 라고 다급하게 온 카톡 하나.

설마. 라고 답변을 보내자. 죄송하다며 거듭.

지금 일어났다고.


책방 오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알바님이 지각하셨습니다. 하하하하.


-


그리하여 우리의 책방은 그렇게 무단 결근 사태가 벌어졌지요.

여태 책방의 오픈 시간 만큼은 잘 지켜보자는 맘으로 운영을 해오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어의없는 일로 책방의 운영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이 시간 찾아왔을(?) 손님들에게 참 죄송할 따름이죠. 


제발, 아무도 발길 안해주었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가끔은 이런 어의 없는 실수 덕에 숨통이 조금은 놓여진다는 생각도 해요. 그동안 내가 너무 빡빡하게 책방 오픈 시간과 퇴근시간에 얽매여 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문 닫고 놀러 갑니다'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 하루 쉬고 싶어요'


라고 하며, 책방의 문을 과감히 닫아 버리는 날도 생기면 좋겠다고 혼자 상상을 해보아요.

아직은 그럴 용기가 조금 부족하지만, 누군가 만약 며칠 전에 책방 왔었는데 문 닫혀 있었는데 왜냐고 묻는다면, 날씨가 좋아 여행 다녀왔다고 대답할거에요.


-


하지만 알바님의 만행은 지각사태로 끝나진 않았어요.

출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퇴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차라리 다른 날 하루 더 일을 하겠다고.


하하하.


그래서 저는 쉬고 싶었지만, 서둘러 책방에 출근을 했지요.;


밥 먹고 가면 안되냐 하는데 빨리 오라고 해서 밥도 못먹고 가서는, 가게에 파는 컵라면 하나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오늘 일하는 날 아닌 거라고 직접 먹으라고... 알바님이 그러십니다.


눼.

우리 갑님. 알바님.

여기는 알바 천국 책방입니다.


-


알바님에게 어떻게 복수할까 고민하다가, 청소 도구를 겁나게 많이 구매해두었고, 오늘 퇴근하면서 청소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열일 부탁해요 알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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