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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n 28. 2019

책방일기 #33
일찍 퇴근을 요구하는 알바님

언젠가부터 책방일기가 알바의 만행을 고백하는, 혹은 알바의 만행에 대한 하소연하는 글들이 가득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며, 어디가서 말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는 공간으로 브런치는 참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우선, 제 측근 지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을 통해 내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브런치는 진짜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무엇보다 알바님은 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긴 해도 브런치는 절대로 보지 않으니까요. 하하하.




오늘은 글쎄..

알바님이 일찍 퇴근을 요구하더랩니다.




알바님이 출근하자마자 일찍 퇴근을 시켜달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지난번에 지각 사태로 인해 한시간 반 일을 하긴 했지만, 그날 늦게 와서 일찍 간 것 때문에 오늘 하루 더 일하게 된거라고. 일은 하긴 했으니 일찍 퇴근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럽니다.


그.. 그렇죠. 한시간 반 일은 한거니까, 한시간 반 빨리 퇴근 시켜주는게 맞긴 한데, 그냥 괘씸해서 일찍 보내기 싫었던 그런 사장의 맘이랄까? 휴.





암튼, 지각사태는 지각사태고, 일찍 퇴근 시키는 건 뭐 일하는 시간과 돈은 연관되어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싶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우리 책방에 알바가 있어서 좋은 점을 생각해 봅니다.


1. 일단, 내가 하기 귀찮거나 쓸데 없는 일들은 알바를 시킬 수 있어서 좋지요.

2. 책을 읽게 하고 소감을 전달 받아 독자들에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해서 책을 소개할 수 있어 좋지요.

3. 나 혼자만 운영하게 된다면 내 색깔이 가득할텐데 20대의 젊은 알바생이 있어 가게가 조금 더 산뜻해지는 것 같긴 하지요.

4. 나 혼자 일할 때는 대충할 수 있는 것들을 알바생이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긴장하게 되어서 좋지요.

5. 일주일에 하루는 가게 문 닫는 날이 아니어도 늦잠을 잘 수 있어 좋지요.


좋은 점도 참 많은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알바생이 저에게 잔소리를 엄청나게 합니다.;  그게 참 이상하죠. 원래라면 사장이 알바생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데, 알바생에게 잔소리를 듣는 사장이라니...


그래서 손님들이 가끔 놀라요; 둘이 무슨 사이냐, 가족이냐 묻기도 해요.; 가족이 아닌 이상 사장한테 잔소리를 누가 하겠어요;; 하하하.


오늘도 커피 한잔 달라고 했다가 주문한 손님꺼 만들 때 달라고 하지, 쉬고 있는데 커피 달라고 한다고 한소리 들었습니다. 화장실 문 열어 놓았다가, 왜 화장실 문 열어 놓았냐고 한소리 들었습니다. 


그..그래도 소중한 알바님입니다.

#알바천국 #갑질타도 



내일은 제발, 우리 착한 알바님이라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 책방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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