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씨 7월호 인터뷰, 미쳐 담기지 않은 이야기

네 그렇습니다.
저는 여행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이 직업이다보니, 휴가철만 되면 깨알같은 인터뷰 기사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작년에는 여행지에서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괜찮아' 라는 책을 소개했었다. 올해는 '여행작가' 인 나의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응했고, 그 내용이 잡지에 소개가 되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참 많았지만, 늘 내가 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짧게 소개가 되는 인터뷰 기사들!
미쳐 담겨지지 않은 그 외에 이야기 했던 많은 내용들, 브런치를 통해 전합니다.
꿈이 없었어요. 누군가 꿈을 물어보면 머뭇거리던 나의 모습이 참 슬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꿈이 없었던 것은 꿈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저는 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도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그 일을 시작합니다. 여행이든, 취미든, 직업이든 뭐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야 적성이 풀리는 그런 성격이죠.
그래서 23살 훌쩍 파리로 떠났고, 28살 훌쩍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오랫동안 했던 미용을 집어치우고, 갑자기 사진과 영상 일을 시작했고, 30살 때는 여행책을 쓰기 시작했고, 37살엔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38살인 지금 저는 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직접 노래를 부르려고 준비하고 있네요.
내년이 되면 또 어떤 것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꿈이 없는 여자입니다.
꿈을 꾸기 전에 이루기 때문이죠.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파리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파리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었고, 블로그를 통해 파리의 유럽 여행이야기를 계속 보여드리고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후 서점에 갔다가 파리 가이드북이 의외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무작정 넥서스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운도 실력이라고 하나요?
저는 운이 참 좋았는지 마침 파리 저자를 찾고 있던 넥서스 출판사와 Enjoy 파리 책을 계약하기로 했고 Enjoy 프라하도 함께 계약해서 두 권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책을 쓰는 입장이었지만, 저를 믿고 책을 맡겨 준 출판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2009년 첫 책인 Enjoy 파리가 출간되었고, 저는 그렇게 여행작가의 삶을 살기 시작했지요.
인생을 살며 참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가 생길 때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여행작가가 된 발판에는 '블로그' 와 '파리에서의 삶'이 있었던 것 처럼 말입니다.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저는 의외로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간단해요. TV를 보다가 작은 사건 하나 (예를 들어 탑기어 코리아를 보다가 르망 24시를 이끈 자동차가 아우디라는 것을 알고 아우디 본사가 어딨지? 하다가 독일 뮌헨 근처 잉골슈타트라는 것을 확인하면, 뮌헨으로 다음 목적지가 정해집니다. 그 이후 일정은 일반적인 뮌헨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인 관광지가 선택이 되죠.)
보고 싶은 그림 한 점 (예를 들어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궁금해서 마드리드로 여행지가 정해집니다. 그러면 마드리드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가 있으며, 얼마나 머무르면 될지.. 이런 식으로 일정이 잡히죠)
먹고 싶은 음식 하나 (예를 들어, 어제 밤에 마신 샴페인의 원조 도시를 찾아볼까? 이런식으로 샴페인의 도시 샹파뉴로 떠나보는거죠. 그렇게 주변 여행지가 결정되고 최종 일정을 잡아요) 등 아주 사소한 것 하나가 저의 여행지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저의 여행은 늘 즉흥적이었습니다.
평소엔 여행작가로 '취재' 를 주로 다니다보니, 빡빡한 일정 속에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나를 위한 여행을 할 땐 무계획이 젤 편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모든 여행지는 다 의미가 있긴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두 곳을 손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 8월에 다녀온 아일랜드 더블린은 저에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져다 준 곳이었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을 바꾼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그리고 올해 다녀온 곳 중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빼놓을 수 없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저의 모든 감정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제 속에 숨쉬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모두 만나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모든 여행이 인생을 바꿔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조금은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저의 욕심을 버리는 시간으로 보내고 오는 것 같아요.
내가 여행을 하며 버린 것,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 짐의 무게 :
처음 여행을 떠나면 어떤 짐을 챙겨야 할지 몰라 일단 많은 짐을 가져가게 됩니다. 그래서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짐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점점 여행을 하다보면 짐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그 이유는 꼭 필요한 짐과 그렇지 않은 짐을 잘 알고 있기에 여행을 할 땐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더이상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죠.
2. 선택과 집중 :
처음 여행을 할 때는 여행지 선택에도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되어서 어디를 가야할지 부터가 고민이 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어느 도시를 여행할지 선택을 쉽게 할 수 있고, 각 도시별로,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어떤 테마를 선택해 집중해서 여행할지도 잘 알게 됩니다. 이렇게 할 수 있음에는 나의 일정에 맞춰 과감하게 필요하지 않은 도시들은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행을 할 때 여행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3. 일정표와 가계부 :
꼭 취재해야 할 것들을 제외하고 계획을 잡지 않아요. 주로 비수기에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인아웃도시만 대충 정하고 중간에 가야 할 도시들도 그 때 그 때 마음에 맞는 도시들로 정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정표를 언젠가부터 만들지 않아요. 그리고 가계부도 안써요.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부터 돈 계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오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많은 것들이 여행을 하면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여행작가는 여행을 하며 그 여행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여행가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저는 여행정보 위주로 취재를 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 사람들이 이 곳에서 무엇을 하게 될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어떻게 여행을 하면 될까? 이런 물음들을 떠올리고, 그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것을 다 경험합니다. 저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여행인 셈이죠. 물론 에세이 작가는 정보서적 작가와 또 다르겠지만요.
그에 비해 여행가는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야기 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여행을 합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취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오면 되는 것이죠.
평소에 여행작가로 취재를 다니다보니, 여행이 곧 책이 됩니다.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산티아고 책 언제나와?' 였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책은 아직 계획에 없습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여행가가 여행작가가 되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관찰력과 호기심 때문일거에요. 여행작가는 일반 여행자보다 훨씬 호기심도 많고 관찰력도 좋습니다.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그냥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도시는 이럴까? 왜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저럴까? 왜 사람들은 이 곳을 여행할까? 와 같은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취재를 합니다. 여행작가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본인 주변의 사소한 것들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끊임없이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여행을 내일로 미루지마요]
여행은 각자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팁을 드리기 보다, 조언을 한다면,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우리에게 과연 미래가 얼마나 보장되어 있을까요? 나의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가고 싶은 여행지가 생기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예를 들어, 신혼여행으로 가야지, 시간이 짧으니 먼 곳은 나중에 가면 되지 등등)
글&사진.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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