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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31. 2019

책방일기 #37
잊을까봐 쓰는 새 알바생 이야기

말 그대로 잊을까봐 쓰는 새로운 알바생 이야기 입니다.

그냥 별로 기분 좋지 않았고, 단 4일만 일하고 더는 쓰지 않기로 결정한 계기가 되기도 한 이야기...


유쾌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이 글은 읽지 않길 권합니다.






사건의 시작.

저는 책방 오픈 1년 즈음이 되던 9월 30일부터 10월 17일까지 긴 해외 여행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원래 책방을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원래 일하던 알바님께서 그러면 너무 잊혀질수도 있으니 새로운 알바를 쓰면 어떠냐 조언을 하며, 새 알바생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기존 알바님은 군대를 가야 해서 이 전에 일을 그만 두어야 했거든요)


그렇게 소개 받은 알바님과의 짧았던 이야기 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글로 남깁니다.






첫 만남.

새로운 알바님에게 일을 배우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일하던 알바님에게 일을 배우겠다고 해서, 나는 내가 가르쳐주고 싶고, 기존 알바님이 모르는 부분까지 알고 계셔야 한다고 했지요. 그리고는, 나랑 같이 일하는 거 아니냐 물었죠. 기존 알바님이 고용한 것은 아니잖아요? 돈 주는 사장은 나인데...?


암튼, 그렇게 기존 알바님이 일하는 날이면서 저도 있을 수 있는 날 새로운 알바를 불러 (기존 알바는 A군, 새로운 알바는 앞으로는 B군이라 하겠습니다) 일을 가르쳤어요.

한시간? A군이 B군에게 열심이 이것저것 꽤나 잘 설명해주길래, 저는 옆에서 흐뭇해 하고 있었고요. 역시 A군은 잘하는 군. 하면서.





첫 시작.

저의 여행이 다가오고, 마침 제가 일이 있어 가게를 비워야 했던 날이 있어서, B군에게 하루 일을 하기를 권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와달라고. 오픈 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11시 반까지 출근을 요청하며, 저도 서둘러 일찍 나와 무엇을 알려주어야 할지 생각하고 오픈 준비를 1도 안하고 있었는데... 가게 오픈 시간인 12시보다도 더 늦게 허겁지겁 도착했습니다.


오픈을 가르쳐 주기로 한거였는데, 오픈을 지키지 못해 좀 화가 났죠. 저 역시도 B군 오면 하려던 많은 일들을 허겁지겁 해야 했고요. 그래서 화난 티를 좀 내었어요.

(저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 화가 나면 티를 많이 내요. 이건 제가 고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가게에서 손님을 대해야 하는 일인데, 담배 냄새, 땀 냄새에 쩔어 왔길래, 좀 불쾌한 기분도 들었고... 암튼 담배에 대해선 말은 하지 않았어요. 괜히 기분만 상할것 같아서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해주어야 겠다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제가 외부 일정을 4시간? 정도 하러 가면서, 책방이니 책의 위치나 어떤 책을 판매하는지 익히기 위해서, 책장 한쪽에 꽂힌 책의 이름과 부수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업무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시킨다고 A군에게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A군이, '사장님 B군에게 책 적으라 했다면서요? 자기는 안 했던건데 왜 시킨거에요?'라고 묻길래, 당신은 처음부터 같이 했으니 이미 파악할대로 파악한거 잘 알고 있다고 했어요. 첫 신입은 당연히 어떤 책이 있는지 재고 파악은 기본이니까, 원래 이런식으로 서점에서는 일을 시작한다고 덧붙여주었죠.


받아쓰기는 학교 졸업하면서 첨 해봤다, 이런 쓸데없는 일을 왜 해야 하냐는 B군의 태도가 살짝 속상했습니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 불만 있으면 직접 말을 하지...?





두번째 날.

오픈을 가르치지 못했으니, 다시 일을 하러 오라고 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날이니까, 이것저것 알려 주겠다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오는 답변이, 사장님이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있는 날인데 제가 꼭 가야 하냐고 합니다. 그래서 오픈 부터 하나도 알려주지 못했다 했는데, 이미 배웠대요. A군에게. 


그렇게 말하길래, 나는 가게를 믿고 맡기고 여행을 가야 하는데, 내가 본 것이 없어 불안하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오픈 시간은 잘 지켜서 저보다 먼저 도착해주었길래, 기다리라고 했더니 비번을 알려 달래서, 비번을 알려주었는데, 제가 도착하니 이미 오픈 준비를 어느 정도 잘 했더라고요. 그래서 뿌듯하긴 했습니다.

혼자서 잘 하는 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 뒤엔 카페 라떼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저희 가게는 카페 라떼 만드는 것이 가장 까다로운 일이에요. 잘 만들면 맛있는데, 기계가 어려운 편이어서 노력이 필요하죠) 그랬더니 A군이 하는 것처럼 온도계를 쓰지 않고 그냥 만들어 주길래, 앞으로는 잘 한다 생각하더라도 온도계 꼭 써달라고 했어요. 처음엔 잘 하기 어려우니까, 출근하면 우유 한통 다 써도 되니, 라떼는 많이 제조 해 보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고, 여러모로 카페 라떼에 신경 써달라고 했지요. 


이날 몇시간 정도 함께 있으면서 제가 원하는 방향성을 많이 말로 전했어요.


카페에서 일을 해봤다고 해도 여긴 새로운 곳이니 여기 방식대로 해줬음 좋겠다.

나는 알아서 하는 거 싫다. 일을 안하는 것은 괜찮아도 알아서 하지 말고 꼭 내 방식대로 해줬음 좋겠다.

모르는 거 당연한거다. 모르는 건 물어봐달라.

중간에 힘들면 쉬거나 잠을 자도 괜찮다. 오픈 시간은 잘 지켜주고, 마감 잘 해줘라.

손님 응대만 신경 써달라. 

내가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엄청 까다로운 사람이다. 이해해 달라.


이쯤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전한 말은요.





1차 사건.

제가 오랜 출국을 하면서, 택배 업무는 알바에게 시키지 않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은 모두 택배 발송 불가 상태라고 공지를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떠나기 전 들어온 예약 상품 하나에 대해선 상자에 포장을 다 해놓고, 발송만 부탁을 했어요.


물건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어서, 물건이 택배로 오면 뜯어서 보내면 된다고. 종류가 2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보내면 된다고 했지요.


그러고는 당일 주소 입력을 해야 하니, 물건이 도착하면 알려주고, 알려주면 저는 택배 창에 주소를 입력할거고, 주소 입력 후 택배를 발송하면 된다고 했는데, 카톡이 왔더라고요. 택배 보내러 갔는데 왜 주소가 입력 안되어 있냐고...?


그래서 내가 택배 발송 전 알려주면 그때 주소 입력하겠다고 했었다고 했더니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바로 위 카톡에 바로 적혀 있던 글이었는데...? 카톡은 그냥 삭제해버리는 건가 싶고...;


암튼 그렇게 택배가 발송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게 문제였어요.

한참 후 한국에 돌아와 보니, 2가지 종류였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4가지 종류였던거에요. 하필 이렇게 배송이 된거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나달라 전혀 다른 물건을 발송한거죠...;


그래서 톡을 보냈어요.

이거 잘못 보냈다고. 왜 이거 보냈냐고.

그랬더니 몰랐다고 당연히 자기는 저게 맞는거라 생각했대요.

그래서 종류가 2가지가 아니고 여러가지면 물어보면 되는거 아니냐 했는데, 원래 자기는 이게 당연히 맞는거라 생각하고 보냈다고...? 할말이 없었어요; 모르는 거 괜찮은데, 물어봐달라고 하지 않았냐, 알아서 하는거 싫다 하지 않았냐 한소리 했죠.


근데 이 이야기를 A군에게 전하면서 내가 자기를 엄청 하대했대요. 자기는 원래 당연하다고 생각한대로 했을 뿐인데, 제대로 전달도 안했으면서 하대했다고...; 4종류인걸 몰랐으니 당연히 전달이 2종류였죠. 근데 2종류가 아닌 4종류면 본인도 분명 이상하다 느꼈을텐데...;


1. 기분 나쁘게 표현이 전달 되었을 수 있어요. 저는 화가 났거든요. 일단 물건을 보낸 쪽에서 2종류가 아닌 4종류를 보낸 것이 이해가 안되었고, 물어보지 않고 그 중에서 자기가 맘대로 선택한 물건을 보냈다는 모든 상황에 말이에요. 뭐든 맘대로 하는 거 싫다고 했던 내 말을 무시 받은 기분이 들었고, 정말 많은 거 시킨거 아니고 딱 1개 시킨 것에 이런 실수를 한다는 거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2. A군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어요. 어떻게 말을 전했을지 모르겠지만, A군이 저를 엄청 오해하고 있더군요. 그냥 내가 없는 기간, 돈도 목적이 아니라 일 도와준 사람한테 왜그렇게 대했냐고. 제가 감정적으로 화를 낸 것도 있겠지만, 상황은 쏙 들어간 채, 저 사람이 날 하대했다고만 전달 되었나 봅니다. 상황을 다 전해 들으면 누가 잘했다 못했다 할 수 없는거니까요.


암튼 정리하자면 2가지로 크게 나뉩니다.

제가 화났던 상황이 말이죠.





2차 사건.

어느날 손님이 오셔서는 새로운 알바분~ 카페 라떼 너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들어 보니, 카페 라떼를 주문한 상황인데, 무려 20분이 넘게 걸려서 나왔대요. 손님이 1도 없는 한가한 시간에 말이죠.


당시 소리만 들려 오는 바로는, 우유를 스팀기에 계속 데우는 소리가 나고, '이게 아닌데'라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제조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20분 만에 나온 카페 라떼...


당황해서 앞으로는 카페 라떼 주문하면 절대 안되겠구나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은 B군에게 전하지 않았어요. 또 A군에게 조르르 달려가 변명을 늘어놓겠죠. 제가 분명 이 가게애선 카페 라떼 만드는 것이 어려우니, 우유를 몇 통 써도 되니까 연습 해줬음 좋겠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연습이라는 건 혼자 있을 때 하는 거에요. 손님이 주문한 후 연습을 하는 경우가 어딨어요.;


이런 이야기를 남편과 하면서 역시 A군은 진짜 잘 하는 친구였어 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냥 그래요.

제가 말한 것들... 알아서 하지 않았음 좋겠다, 카페 라떼 신경써달라 등등 이런 것들을 온통 무시한 채, 매일 잘 오픈 했어요. 청소는 이렇게 깔끔하게 했어요 등등만 전달 받았죠.


하대 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제가 말한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무시 받은 기분이 들었고요, 일한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자기는 상놈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저는 또 할말을 잃었습니다. 정말 이 사람이 날 얼마나 무시하고 있었나 싶기도 해서요.






어쨌든 감정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그리고 책방은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당분간 알바는 없을 것 같아요.

A군이 다시 와서 일해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ㅜㅜㅜㅜ


참 힘든 자영업자의 길.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엔 유쾌한 일기를 쓰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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