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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05. 2019

책방일기 #38
일년, 더이상 책을 팔지 않을거야.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된 책방이 벌써 1년.

그저 책을 쓰는 작가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로 살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책방을 열었지요.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그저 내가 만든 책을 모아 놓은 곳,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곳으로만 여겼던 책방은 1년새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단 한권을 파는 책방이라고 해도, 책방은 그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1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책방은 규모보다 그 속에 펼쳐진 이야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세계인 것 같아요.
수많은 경험, 자료, 그리고 글, 말, 그림, 사진, 이야기, 슬픔, 아픔, 사랑, 행복, 소소한 감정 등등 작은 책방이라도 이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낍니다.




책방 일년


책은 그저 하나의 물건이며,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은 책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책방지기로 그저 종이를 파는 것이 아닌, 그 속에 나의 철학을 담아 하나의 책을 소개해야 하는 장소가 바로 책방이라는 걸 1년이라는 세월 동안 깨달았는데 나는 책을 어떻게 권해야 할지, 사람들이 이 책방에서 어떤 가치를 찾게 해야 할지 고민이고 또 고민이 되어요.


누군가는 저희 책방에 들어서서 그저 잡화점 같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카페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고 끊임없이 책방이라고 나는 소리 칩니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가치를, 경험을, 이야기를... 단 돈 몇푼에 판매 하는 곳.

찾아가기는 너무 복잡하고 먼 곳이지만 일부로 어렵게 찾아서라도 굳이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곳.

앞으로 1년은 이 가치를 더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점을 하며 1년, 내 주머니에 돈은 없지만 저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책방을 방문한, 무려 두 분이나, 저에게.. 이 책방은 돈 벌려는 생각이 없어서 편하게 느껴진다고 그러더라고요)


세상에는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것들은 많은 것 같아요. 돈은 서점을 통해 벌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 생각보다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더라고요.





그럼 1주년이 10주년이 되는 날까지 저는 하루 하루 잘 살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저의 철학과 생각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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