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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14. 2019

책방일기 #39
당신은 당신의 색을 입히세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요?


책방을 운영할 때, 내가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들을 본 누군가가 자기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냐고 칭찬도 한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늘 그렇지만 따라만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


가끔은 내 책방에서 시도한 것을 다른 곳에서 말도 없이 따라 하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자신의 색은 없이 다른 곳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만 한다고 과연 좋을까?





내 생각을 입히는 것


각자 서점을 창업할 땐, 분명 자신만의 개성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생각보다 장사(?)가 쉽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하는 좋아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고 싶은 거겠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첫 시작부터 우리는 온갖 오류를 안고 시작한다. 내가 책을 많이 사니까 사람들도 책을 많이 살 것 같고, 내가 동네 책방을 이용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동네 책방을 이용할 것이라는 오류를 말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 운영할수록 재정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처음 책이 좋아 책이 있는 공간을 오픈했었던 그 기억은 잊힌 채, 그저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되는 거겠지.


그런데, 어차피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 '좋아 보이는 것' 때문에 굳이 깊숙하게 숨어 있는 동네 책방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 '좋아 보이는 것'은 우연하게 들른 한 명의 손님에게 다음에 다시 올 수 있는 핑계를 제공할 뿐이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들을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손님이 늘거나 매출로 연결되진 않는 것 같다.


그냥 꾸준하게 책방에, 자신의 색깔을 덧붙여서 계속 발전시키고, 계속 변하게 해야 하며, 스토리가 이어져서 머물지 않게 해 주면 된다. 어떻게 해야 이 책방에 나의 개성을 녹여 넣을까, 어떻게 해야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내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방은 내가 되고, 나는 곧 책방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보러 오는 사람과, '나'이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장사가 잘 되어서 좋겠어요


간혹 '장사가 잘 되어서 좋겠다'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어딜 봐서요?"라고 나는 되묻는다.


정말 궁금해서요. 어딜 봐서 장사가 잘 되는 건가요? 하하.

한 예로, 이번 달 11월, 14일이 된 지금, 책방 가계부는 -7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분명 쉬는 날 빼곤 모두 문을 열고 있는데, 하루하루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더 잃고 있는 내 책방이, 어딜 봐서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70만 원의 마이너스는, 9~10월 동안 정산하지 못한 위탁 책 판매 비용과, 새로운 책 매입, 그리고 필요한 자제를 월초에 많이 구입해서 생긴 거긴 하지만)


일 평균 3만 원쯤 되려나,

앞으로 남은 11월 동안 하루에 3만 원을 번다고 해도 45만 원 밖에 안되고, 그마저도 순수익은 훨씬 적을 거고...?


하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나는 내 책방을 좋아하고, 이곳에서 돈을 벌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차피 돈은 다른 곳에서 충분하게 벌고 있으니 재정 마이너스쯤이야 크게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 때문에, 즐길 수도 있고, 당당하게 SNS를 펼쳐 나갈 수도 있는 거겠지.





SNS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면 되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또 되묻는다.

"SNS만 보면 정말 대단해 보여요."라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SNS만 보고 이 공간이 엄청 돈 잘 버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SNS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전하는 공간이 아닌가. 난 내가 책방을 하며 좋은 것들, 이 공간에서 파는 것들, 그리고 사소한 것들을 끊임없이 계속 오픈한다.


오늘은 이런 새로운 것들이 있다고, 어느 날은 어떤 손님들이 오고 가기도 한다고 말을 하고, 간간히 문을 닫아야 할 때면 거창한 핑계들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저 부러워만 하면서 내 SNS를 팔로우하지 말고, 당신도 당신의 개성을 충분히 녹여 그것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당신도 내겐 부러운 대상이에요.


나는 나만의 색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 명확하고, 하고 싶은 것들과 하기 싫은 것들을 나눌 줄 안다. 그래서 내가 이 책방을 운영할 때, 철저하게 전지적 쥔장 시점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팔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분명 당신도 당신만의 색이 있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며, 능력 또한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축소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같은 서점인으로서,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 꼭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고집 있는 색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유행을 그저 따라 하기만 할 거면 굳이 책방을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단지 돈을 벌고 싶다면, 차라리 장사를 접고 취업을 하길 권한다.


무엇보다, 당신의 자존감이 살아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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