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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15. 2019

책방일기 #40
2020년 책방 트렌드

내년엔 어떤 책이 유행할 것 같아요?


요즘 부쩍 많은 사람들이 내년 책방의 트렌드에 대해 묻는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는데, 아마도 모법 답안은, '2020년 트렌드'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이미 읽어 봤을 때 느낀바로, 이런이런 것들이 유행할 것이라고 하니, 어쩌면 이런저런 책들이 유행할 거입니다라고 답하는 거겠지. 혹은 최근에는 이러이러한 신간들이 많이 쏟아지는 걸 보니 내년엔 이러이러한 책들이 유행할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걸 수도 있고.



하지만 2020년 트렌드 책은 읽어보지 않았는걸요.


2018년 10월 말, 책방을 오픈하고 가장 첫 책장 구성에 주문했던 책 중 하나가 '2019년 트렌드' 책이었는데, 2019년이 끝날 때까지 그 한 권의 책은 여전히 책장 속에 꽂혀 있을 만큼,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2020년 트렌드' 책이 출간된 직후에 그 책을 찾는 딱 한 통의 전화가 왔을 뿐, 2020년 트렌드에 발맞춘 각종 책들은 책방에 전혀 들여놓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도 굳이 사서 읽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각종 신간으로 넘쳐나고 오래된 책이나 유행하지 않을 법한 책들은 창고로 밀려나는 서점이라면 너무나도 트렌드에 민감할 테지만, 먼지 쌓인 오래된 책이 더 사랑받는 이 작은 책방에 트렌드가 무엇이 중요할까 싶어서 올해는 과감히 2020년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트렌드 보단 내가 좋아하는 걸 찾을래요.


트렌드는 누가 만들까? 대중?


글쎄.

나는 트렌드는 미디어, 언론, 평론가, 트렌드 전문가 등등 그들이 만드는 것 같다. 내년엔 이런 것들이 유해할 것 같아요 라고 여기저기서 유명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그게 곧 트렌드가 된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곳이 서점이기도 하고, 가장 트렌드에 뒤쳐지는 곳이 서점이기도 한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새벽 배송, 클릭 한 번으로 결제 등 편리함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불편함을 고집힌다. 


누군가에 이곳은 슬리퍼만 신고 나가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슬세권일 수 있지만, 대부분 내 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먼 곳을 힘겹게 찾아온다. 어쩌면 더 깊숙이 숨어 있다고 해도 찾아올 것 같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당일배송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책방의 택배는 한없이 느리다. 당일에 발송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으면 다음날, 혹은 더 늦게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 가끔은 3주나 걸려 택배를 보냈는데도, 고객들은 그걸 기다려주는 것을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 책방이 문을 닫을 때까지 절대 안 팔릴 것 같은 책들을 들여놓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깔아 놓고 책방의 손님들을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책방에 들어서면 '살' 책이 없다고 하고, 책이 너무 '적'다고 한다. 살 책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책을 조금만 들여놓은 아주 작은 책방이기도 하니까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 작은 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집어 든 한 사람의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2020년 책방 트렌드는 정말 없어요?


아니! 있어! 있다고!

'내'가 운영하는 내 책방의 2020년 트렌드는 '갖고 싶은 책', '선물하고 싶은 책'이 될 거다. 구체적으로는 예쁜 디자인의 책과 예쁜 감성을 가진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가져다 놓을 거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들을 찾을 거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 보단,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찾을 거다.


나에게 책 한 권 선물하고 싶은 날 찾아오는 그런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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