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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24. 2019

책방일기 #41
책방에 사람을 많이 오게 하는 방법?

페이스북을 자주 하진 않지만, 요즘 종종 보게 되는데

특히 책방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유심히 보게 되네요.


그러다가 마침 보게 된 글.

(전문을 옮겨옴)



요즘 책방이 유행이다 와인 책방, 강의 책방, 커뮤니티 책방. 책은 거의 안 팔리지만 그 콘셉트를 통해 원소스 멀티 유즈를 하는 거죠.
제가 20년 사업가로 팁 하나 드리면 ㅎ 책방에 개인방송 공간을 만들어(배경은 이미 되니 2평에 폐쇄 공간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좋은 마이크와 카메라 세팅만 하면 됨, 스마트폰 거치대만으로도 될 것임). 수익은 몇 배가 될 것이며 찾는 이도 많아질 것이고 젯밥에 관심 있는 점주는 젯밥도 가능할 것이오 ㅎㅎ (그건 타고나는 거니까 머... 머랄게 없네요. 리비도죠 뭐...)


이런 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밑줄을 그어 봅니다.




책은 거의 안 팔리지만

네, 책은 거의 안 팔리죠. 

아무리 책 사주세요 외쳐도 사람들은 책을 쉽게 사지 않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 책방이나 도서관 등 책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을 좋아한다.

-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 책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 책이 있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 책을 좋아하는 방식이 달라요.

그래서 책은 거의 팔리지 않지만,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책방이 망하는 것은 아니에요.

책방엔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거든요.



제가 20년 사업가로 팁 하나 드리면

어머나, 이 꼰대적 발언 어쩌죠?

책방 20년 사업해 사람도 팁을 준다는 표현 안 해요.

그냥 책방을 그동안 이렇게 운영도 해보고, 이렇게도 해봤는데, 이러이러한 것에서 조금 더 좋은 가치를 찾았다고 표현하죠. 내가 더 즐거우면서도 손님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책방을 운영해 보지도 않고, 책방을 20년 이상 꾸준하게 방문해 본 것은 아닐 것 같은데 (꾸준하다는 의미는 최소 1주일에 1번, 못해도 한 달에 2~3번은 방문하는 분들) 팁이 나올까요.




책방에 개인방송 공간을 만들어(배경은 이미 되니 2평에 폐쇄 공간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좋은 마이크와 카메라 세팅만 하면 됨, 스마트폰 거치대만으로도 될 것임)

요즘 워낙 개인방송이 유행하니까, 방송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글엔 반박하고 싶은 요소들이 너무 많네요.


우선, 배경은 이미 되니 : 책방의 책들은 배경 그 이상 이하도 아닌가요.

2평에 폐쇄 공간 아니어도 충분 : 책방은 규모가 큰 곳도 있지만, 4~6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운영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럼 그냥 책 스튜디오를 하면 되겠어요.

좋은 마이크와 카메라 세팅 : 마이크가 세팅되어 있는 책방도 있고, 저희 책방 같은 경우도 스마트폰 거치대도 있고, 저도 종종 개인방송 촬영을 해요. 그럼요 세팅해서 촬영하는 거 가능하죠. 그런데 그런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이 사람을 많이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요? 그럼 방송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여길 찾는다고요? 




수익은 몇 배가 될 것이며 찾는 이도 많아질 것이고 젯밥에 관심 있는 점주는 젯밥도 가능할 것이오

여기서 할 말을 잃었어요.;;

책방에 방송을 하러 와서 방송을 하면 수익이 몇 배가 될까요? 과연 방송을 하기 위해 책을 구매할까요? 무엇으로 수익을 볼까요? 방송으로 찾는 사람들만 늘어날 거고, 결국 좁은 공간 방송 때문에 정작 책을 보러 오거나 사러 오는 분들을 위한 공간은 사라지겠죠. 책은 그저 영상 콘텐츠를 위한 점유물이 될까요.


책방은 그래요.

아니 책방 쥔장들은 그래요.

책이 조금이라도 더러워지거나 책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고, 싫어요.

그러라고 샘플 도서를 가져다 놓고, 새 책에 비닐을 씌우기도 하고, 단행본들은 구매 후 읽으라는 문구를 여기저기 붙여 두죠.


게다가 책은 기본적으로 촬영을 하시면 안돼요. 

책방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저희는 그래도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외부 촬영을 허락하지만, 책의 내부를 찍거나 책을 너무 클로즈업해서 촬영하는 것은 못하게 해요. 


게다가 책 읽는 방송을 하는 것은 책의 저작권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책을 소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책을 그대로 읽을 수 없는 것이죠. 사실상 책의 표지, 내부 조차 저작권적 요소가 다분한 저작물입니다. 책에 관한 방송을 하려면, 본인 집에서 직접 구매한 책을 하거나, 혹은 작가를 불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다면, 책방에서의 개인방송은 무엇이 될까요?

이 책방엔 어떤 어떤 책이 있으니 이런 책을 보려면 여기 오라고 하면 될까요?

그건 제가 해도 되는데요.






어쨌든 위의 글을 보면서 저도 답글을 남겼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책방을 겉에서 보는 사람들과 책방을 실제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많이 달라요! 책방은 대부분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오는 것보다 내가 이 곳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오는 분들이거든요 � 책방을 사업으로 생각하기보다 가치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책방이 주변에 있어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고, 책방을 자주 들러 책을 자주 바라보는 사업가 분들도 많아져 단순히 잘 되려면 이래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분들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책방 주인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의 가치를 따라 운영할 뿐이지,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 다른 사업을 했을 거예요 분명.


이렇게요.

제 생각은 그래요.


올해 트렌드가 어찌 되었든, 상관없이 책방이라는 공간은 이 시대에서 머물러 있는 공간이에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디지털이 만연한 세상. 굳이 종이책을 꺼내 읽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요.

슬세권에 크고 작은 좋은 카페를 두고 사는 세상에, 역세권도 아니고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요.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를 굳이 책 속에서 찾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종이 냄새가 좋다고 하고, 조용하니까 더 좋다고 해요.

사람들이 많이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서로서로 인터넷에 마구 올리지도 않아요.


저 역시도 그래요.

이 공간이 오래 유지되려면, 흘러가는 디지털 속에서 소비되는 것보다, 일부로 찾아와 주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이름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팔지 않아도 돼요.

돈을 벌지 않아도 돼요.


이 공간이 조용하게 오래 이곳에서 유지되면 좋겠고, 굳이 방송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책이 좋아, 공간이 좋아, 쉬고 싶어서 가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더 열심히 살게요.

다른 곳에서 돈 많이 벌어 이곳을 유지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저에게 디렉트로 한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페북에서 스쳐 지나간 글에 괜히 흥분해 아침부터 글을 남겨봅니다.


이제 겨우, 사람들이 조용하게 머물 수 있는 책방이 동네 깊숙히 곳곳에 늘어나고 있어 함께 반기고 있었는데, 이런 공간마저 다른 의미로 물들어갈까봐 괜한 걱정이 됩니다. 


우리, 책방 만큼은 지켜 줘요.

하루에 책을 한 권만 팔더라도, 고마운 한 명의 독자가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함께 노력해요.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게,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사라지지 않게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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