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할수록 더 망가지는 내 몸

우리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by 홍작

01. 도대체 왜? 건강해지려던 노력이 독이 되었을까


지난 19화를 기억하시는가. 나는 제대로 된 운동을 배우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내 몸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나만의 깐깐한 테스트를 통과한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났고, 1년간의 PT를 통해 거짓말처럼 건강해졌다. 어깨를 짓누르던 만성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을 때 나는 확신했다.


"역시, 운동이 답이었어!"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그것'이 찾아왔다. 바로 오십견이었다. 단순히 어깨가 결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팔을 들어 올릴 수가 없으니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밤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야간통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어깨만 문제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으리라. 당시 내 몸은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첫째, 오른쪽 고관절 통증이 극심했다. 조수석에 10분도 앉아 있지 못했고, 앉았다 일어날 때면 발을 딛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둘째, 왼쪽 엄지발가락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왼쪽 발바닥 전체가 욱신거렸다.


도대체 왜일까?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운동인데, 지난 1년간 그렇게 땀 흘렸는데, 왜 내 몸은 더 망가진 걸까?


이유를 찾기 위해 여러 정형외과를 전전했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은 "40~50대 여성들에게 흔히 오는 오십견입니다"라며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했다(2화 참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충격파를 맞으면 맞을수록 어깨는 찢어질 듯 더 아파졌다. 급기야 가게 일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생계마저 위태로워졌다. 나는 살기 위해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스트레칭, 조회 수가 폭발적인 오십견 운동법...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절망적이었다. 영상 속 동작을 따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벽 타고 팔 올리기, 원 그리기 같은 동작은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좌절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한 영상을 만나게 되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트레이너 겸 한의사, 일명 '트한샘'의 영상이었다. 그는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왼쪽 어깨가 아픈 분들은 반대쪽인 오른쪽 고관절을 살펴보세요. 아픈 곳만 보지 말고 연결된 다른 곳을 봐야 합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당시 내 상태가 정확히 그랬기 때문이다. 왼쪽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픈 동시에 오른쪽 고관절 통증으로 앉아있기조차 힘들었던 나.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읽어낸 그의 말에 신뢰가 생겼다. 당장 부산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일단 그의 영상을 보며 혼자 따라 해 보기로 했다.



02. 오른쪽 고관절이 아픈데 왜 발바닥을 풀지?


당시 내가 본 영상은 오십견 전용 영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가 따라 한 이유는 '오른쪽 고관절의 문제가 왼쪽 어깨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따라 한 것은 '몸의 중심(발바닥 아치) 잡기'였다. 테스트는 간단했다. 눈을 감고 제자리걸음을 50회 정도 걷다가 눈을 떴을 때, 처음 위치 그대로라면 몸의 중심이 잘 잡힌 것이라고 했다.


'에이, 설마 내가 제자리에 못 서 있겠어?'


자신 있게 눈을 감고 걸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경악했다. 원래 서 있던 자리보다 한참이나 앞으로 튀어 나와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의 중심은 나도 모르는 새 앞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었다.


나는 즉시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발의 중심을 잡는 교정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마비된 듯 힘이 들어가지 않던 왼쪽 엄지발가락과 욱신거리는 발바닥의 긴장을 푸는 데 집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발바닥을 풀고 중심을 뒤로 보내는 연습만 했을 뿐인데, 꼼짝 않던 엄지발가락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신기한 건, 발이 편해지자 극심했던 고관절의 불편함도 덩달아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트한샘의 말이 맞았어. 내 몸은 정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구나.'


발가락 하나가 고관절을, 고관절이 어깨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이 정도 효과를 봤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오십견을 뿌리뽑기 위해 과감히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03. 오십견인가, 어깨충돌증후군인가


부산에서 만난 트한샘은 내 몸을 꼼꼼히 진단했다.


"회원님은 복직근과 복근이 돌처럼 굳어 있어서 힘을 전혀 못 쓰고 계세요. 이렇게 배가 뭉쳐 있으면 바로 뒤에 있는 위장도 압박을 받아 소화가 안 되셨을 텐데요?"


소름이 돋았다. 나는 평생 소화제를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트한샘은 단순히 근육만 보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역사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후 그가 알려준 대로 굳어버린 복직근과 장요근을 풀고 강화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고관절 통증은 거짓말처럼 완화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깨였다. 고관절이 편해지는 것과 반대로 어깨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마지막으로 부산을 방문했을 때, 나는 거의 울다시피 하소연했다. 야간통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자겠노라고.


내 상태를 다시 살피던 트한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처음엔 어깨충돌증후군이라 생각하고 운동 처방을 드렸는데... 증상을 보니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건 운동으로 풀 단계가 지났어요. '브리즈망' 시술을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정형외과 영역입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부산까지 오가며 쏟은 시간과 노력은 무엇이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자신의 오진(혹은 판단 수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그의 용기에 더 큰 신뢰를 느꼈다. 다른 의사나 트레이너들은 끝까지 자신의 방법이 맞다며 고집을 피우다 환자를 더 병들게 하기도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그 덕분에 나는 고관절과 발의 균형을 찾지 않았는가.


그는 부산이 아닌 서울의 병원에서 시술받을 것을 권했다. 그렇게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브리즈망 시술을 받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충격적인 진단을 듣게 된다.


오십견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놀라운 내 몸의 비밀.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자세히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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