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과 척추측만증
지난 화 마지막에 예고했던, 내 인생을 흔든 충격적인 진단 결과. 그것은 바로 '척추측만증'이었다.
오십견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단순히 뼈와 근육 사이의 불균형이나 염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40~50대 여성에게 흔한 갱년기 증상"이라며 위로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 몸의 기둥인 척추가 휘어져 있다는 사실을, 50년이 넘도록 나도 몰랐고 부모님도 몰랐다. 의사 선생님은 "10도 이상 휘어졌을 때 측만증이라 진단하니, 환자분은 경미한 상태였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돌이켜보니 내 몸은 아주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빠는 종종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저 녀석은 고집이 얼마나 센지, 갓난아기 때 반듯하게 눕혀 놓으면 기어코 고개를 한쪽으로 획 돌려버려. 베개에 코를 박고 자다가 숨이라도 막힐까 봐 내가 다시 바로 눕히면, 울음을 터트리며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지. 그래서 제 귀가 짝짝이야."
아빠의 그 말 때문에 나는 평생 '고집 센 아이'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짝귀는 고집 탓이 아니었다. 척추측만증으로 뒤틀린 몸을 가진 아기가, 숨을 쉬고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찾았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유독 걷는 것을 힘들어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늘 할머니 등에 업혀 다녔고, 성장기에는 다리 통증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시골 병원부터 큰 대학 병원까지 다녀봤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그저 '몸이 약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을 뿐이다. 지금 짐작건대, 뒤틀린 척추 때문에 다리 길이가 달랐을 것이고 그 불균형이 통증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기억은 발레 학원에서의 일이다. 친구들이 예쁜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 엄마에게 꼬박 삼박사일을 졸라 어렵게 발레 학원에 등록했었다. 그런데 발레 선생님이 나를 일주일 동안 앞으로도 굴려보고 뒤로도 굴려보더니 딱 한 마디를 남겼다.
"얘, 너는 안 되겠다."
그걸로 끝이었다. 어린 마음에 큰 상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선생님은 병명은 몰랐어도 내 몸의 미묘한 뒤틀림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던 것이다. 전문가의 눈에는 내가 춤을 출 수 있는 몸이 아니었던 거다.
최근 찾아온 오십견 역시 척추측만증이 50년 만에 보낸 청구서였다. PT는 몸의 근육을 균형 있게 키우는 운동이다. 그런데 나는 내 몸이 뒤틀려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억지로 정석적인 균형에 맞춰 몸을 밀어붙였다. 기울어진 건물에 무거운 짐을 계속 쌓아 올린 셈이다. 결국 건물은 하중을 견디지 못했고, 가장 약했던 왼쪽 어깨와 고관절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교훈] 내 몸의 상태(측만증, 비대칭, 틀어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근육 운동의 0순위다. 특히 호르몬 변화로 뼈 밀도가 약해지는 갱년기 여성에게, 비대칭인 몸으로 행하는 무리한 저항 운동은 부상과 통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갱년기 여성, 특히 나처럼 몸의 정렬이 무너진 사람에게 일반적인 다이어트나 근육 PT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40~50대가 되면 누구나 조금씩은 몸이 틀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운동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재활 전문가를 만나 내 몸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가 겪어보고 정리한 운동 방법별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a. 재활/교정 전문가 PT (가장 추천)
장점 : 내 몸의 비대칭을 정확히 진단하고, 무너진 균형을 잡는 훈련부터 시작한다. 부상 위험이 거의 없다.
단점 : 일반 PT보다 비용이 비쌀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병원비로 나갈 돈과 고통을 생각하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b. 일반 PT 선생님
장점: 체력에 맞춰 근육을 빠르게 발달시켜 주며,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단점: 척추측만이나 비대칭 같은 미세한 구조적 문제를 놓칠 수 있다. (나의 케이스가 바로 이것이었다.)
c. 독학/온라인 영상
장점: 비용이 들지 않고 자유롭다.
단점: 내 자세가 틀어졌는지 봐줄 사람이 없다. 잘못된 자세가 반복되어 부상을 심화시킬 위험이 가장 크다. (나 역시 몸을 다룰 줄 알게 된 이후에야 유튜브를 참고서처럼 활용하게 되었다. 그러니 운동이 처음이라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이미 통증이 있거나 관절염, 측만증 같은 질환이 있다면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몸짱'이 아니라 '균형 회복'이 최우선이다. 내 몸의 균형 상태를 모른다면 일단 측정부터 해보자. 4050 성인이라면 몸이 불균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근육을 만드는 선생님'이 아닌 '몸을 고치는 선생님'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19화에서 말한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봐야 한다.
1. 첫 상담 : '인바디'가 아닌 '체형 분석'을 먼저 하는가? 일반 PT 샵에 가면 기계 위에 올라가 '인바디(체성분 검사)'부터 잰다.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활 전문가는 다르다. 기계 수치보다 내 몸의 '각도'와 '움직임'을 먼저 본다. 상담 시, 걷는 모습을 관찰하거나(보행 분석), 눈을 감고 제자리걸음을 시키거나, 벽에 등을 대고 서게 하여 어깨 높낮이와 골반의 틀어짐을 꼼꼼히 체크하는 분을 찾아야 한다. "근육량이 부족하네요"라는 말보다 "골반이 회전되어 있네요"라는 말을 먼저 한다면 신뢰해도 좋다. 부산의 트한샘은 내 몸의 정렬을 보더니 많이 뒤틀려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불균형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명확한 개념이 있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2. 통증의 원인 : '아픈 곳'이 아닌 '전체'를 보는가? 20화에서 내가 겪었듯,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만 주무르는 것은 하수다. 진짜 재활 전문가는 "어깨가 아픈 건 반대쪽 골반이 기능을 못 해서입니다"라며 몸 전체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상담할 때 "어깨가 아픈데 왜 고관절을 물어보시죠?"라고 되물어보라. 그때 명확한 논리로 그 연결성을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진짜다.
3. 수업 방식 : '땀'이 아니라 '호흡'을 강조하는가? 근력 운동은 숨이 차고 땀이 나야 운동한 것 같다. 하지만 재활 운동은 다르다. 겉 근육이 아닌 뼈를 잡아주는 속근육을 써야 하기에, 동작은 정적이고 미세하다. 체험 수업을 받을 때, 무거운 기구를 들게 하는지 아니면 '호흡법'과 '미세한 근육의 쓰임'을 가르치는지 확인하라. "더 세게 당기세요!"가 아니라 "여기에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지세요?"라고 묻는 선생님이어야 한다. 재활 운동은 내 몸을 느끼는 인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4. 자격 사항 : '바디 프로필'보다는 '임상 경험' 트레이너의 프로필 사진이 멋진 근육질 몸매인 것보다, 어떤 공부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리치료사 면허', '선수 트레이닝(AT)', '재활 필라테스' 등 치료와 교정에 관련된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자. 특히 화려한 비포/애프터 사진보다, 통증이 개선되었다는 회원의 구체적인 후기가 많은지 체크해야 한다. 나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다. 일단 재활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동작들을 따라해 보고, 내 몸이 좋아지면 선생님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꼈다. 티브에 나오고 유명한 분이라고 내 몸을 잘 알고 고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만의 의사 선별법을 만드는 것도 좋다.
모든 변화는 내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몸이 아프다고, 측만증이 있다고 운동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나의 불균형을 인정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한 대체 운동을 찾아 꾸준히 이어가는 것. 그것이 갱년기를 지나며 우리 몸을 지키는 핵심이다.
다음 화에서는 무너진 내 몸의 균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내가 실천했던 구체적인 운동법들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