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셜록홈즈와 사건 이야기 나누고 싶네
SF 드라마의 전설 '스타트랙'에서, 함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홀로데크(Holodeck)'라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훈련을 하거나 여가를 즐깁니다. 원하는 시대와 장소를 말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눈앞에 완벽한 가상 세계가 펼쳐지고, 그 안의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며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경험을 하죠.
어린 시절 스타트랙을 보며 막연히 꿈꾸던 이 기술이, 이제는 정말 현실의 문턱까지 다가왔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지니(Genie) 3'를 보면, 더 이상 게임을 만들기 위해 복잡한 그래픽 엔진을 붙잡고 씨름하는 시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니 3'는 단순히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입니다. "울창한 숲속을 걸어가는 기사"와 같은 간단한 텍스트나 이미지 프롬프트만으로 플레이 가능한 3D 환경을 즉시 만들어냅니다.
놀라운 점은 사용자는 생성된 세계 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비가 내리게 해줘" 또는 "친근한 용을 등장시켜줘"와 같이 추가적인 명령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경을 바꾸거나 새로운 오브젝트, 심지어 대화가 가능한 인물까지 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TRPG의 게임 마스터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맞춰 즉흥적으로 세계를 묘사하고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지니 3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화된 게임 경험 - 정해진 스토리와 한정된 선택지를 따라가는 기존의 게임 방식에서 벗어나, 플레이어 개개인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무한하게 변화하고 확장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가 되어 19세기 런던의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상상이 그대로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NPC - 미리 짜인 대사만 반복하는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와의 대화와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NPC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강력한 적이 되며 게임의 몰입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게임 개발 방식에 종말을 고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일반적인 게임 개발 방법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팀이 몇 년에 걸쳐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대신, 소수의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AI와 협력하여 단기간에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가상 세계의 '뼈대'를 만들고, AI가 그 안을 무한한 이야기와 상호작용으로 채워나가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게임 엔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고, '월드 생성 AI'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입니다. 개발자는 코딩이나 3D 모델링에 대한 깊은 지식 없이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간단히 상상하고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시원해지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