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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박차박 Feb 01. 2021

세모를 바라보다가

카이로의 기자라는 곳은 묘하다. 그렇게 이상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으면 동네 분위기도 거기에 지배되는거 같다. 그러니까 기자는 이상한 동네다. 낙타꾼들의 집요한 영업을 당할 때도,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을때도, 호텔 옥상에서 오렌지주스를 마실때도, 맥주를 사러 툭툭이기사들과 가격 흥정으로 실랑이를 할 때도, 돌아보면 늘 피라미드가 있다. 일상의 풍경에 녹아 있으면서도 이질적이면서 압도되는 기운을 뿜어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호텔 방에 누워있을 때도 저 벽 너머에 그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멍하니 세모를 바라보다 문득 이별이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모든 걸 이해시켜놓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돌아가버린. 널 위해 저 피라미드 하나 못세우는 인생인데 뭘 그리 힘들어 했을까. 저 묘한 세모와 기자에 있으니 다시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변한다. 너랑 오기로 했던 세모는 그 다음 여자가 멍한 나의 모습을 찍어줬고 그리고 또 헤어졌고 다음 또 저 세모를 바라볼 땐 누군가와 함께 하겠지. 우리 세모를 바라보면서 와인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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