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 하세요. 나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시…시…시장 너 때문에 되는 게 하나도 없어!’

by 살구형아

저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워터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스킨스쿠바를 가장 좋아하죠. 아재 취미인 데다가, 요즘은 확실히 프리다이빙이 대세라서 좀 뒤떨어지는 느낌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바다가 있는 해외라면 반드시 한두 번은 다이빙하려고 합니다. 올 겨울 따뜻한 남쪽으로 휴가를 갈 생각인데 벌써부터 설레는군요. 뜬금없이 워터 스포츠가 웬 말이냐 싶지만, 워터 스포츠를 배우면 강사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IMG_1665.PNG 솔직히 남자인 제가 봐도 자존심 상합니다.

‘여자가 더 잘한다. 특히 초보시절에는 더욱더’


흠… 그러고 보니 인스타에 올라오는 프리다이빙 릴스는 90%가 여자네요. 그런데 이상하죠? 육지에서 하는 거의 100%의 스포츠는 모든 면에서 남자가 앞서는데 왜 워터스포츠에서는 여자가 더 앞선다고 말할까요? 그것도 특히 초보 시절에는? 그러고 보니 물론 동해에 머구리 해남분들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맨몸으로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업으로는 해녀가 압도적이네요? 뭐죠? 폐활량도 남자가 훨씬 클 텐데…

어떤 과학적인 근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공통된 강사님들의 경험적인 발언들을 종합하면 분명한 딱 한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한다’


입니다. 엥? 그럼 남자는 시키는 대로 안 하나? 그리고 시키는 대로 안 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길래 그러는 거지? 네 보통 남자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데다가, 어떤 운동이던지 시작할 때 굉장히 큰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프리다이빙이나 스킨스쿠버, 서핑, 웨이크 보드 등을 시작할 때도 아마도 보셨을 겁니다. 내가 해병대를 나왔다, 내가 중랑천의 수달이다, 목포 울돌목의 역주행을 너는 본 적이 있느냐..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초급반에서 이탈하죠. 물론 높은 레벨로 가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대부분이 남성이고 그들은 초급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지만… 그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높은 레벨로 가는 남성들과, 초급반에서 잘하는 여성들의 특징은 바로 강사가 시키는 걸 잘 따라 한다는 겁니다.


워터스포츠는 단순히 물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수영을 10년씩 배운 사람도 이퀄라이징을 하지 못하면 수심 2미터를 못 내려갑니다. 수영장 수영과 바다 수영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요?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보드 위에 서있는 것과 그 보드를 조종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큰 차이입니다. 유일한 공통점은 ‘물’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물 위에서 하는 것과 물속에서 어느 정도 깊은 곳에서 하는지 어떤 장비를 차는지에 따라 A부터 Z까지 모든 프로토콜이 바뀝니다. 코어근육을 써야 하는지, 심폐기능을 써야 하는지, 장비를 운용할 줄 알아야 하는지에 따라서도 바뀝니다. 그러니 워터스포츠에 접근을 할 때, 내가 어떤 종목에 접근하는지, 그 종목에서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내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아주 디테일하게 알아야 합니다. 근데.. 우리는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강사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자신감이 강사의 말을 귓등으로 보내버립니다. 특히 남자들이요.


대부분의 워터 스포츠에서 첫 강습 때는 아마도 이런 걸 가르칩니다. 숨쉬기, 물에 누워있기, 물속에서 눈 감았다가 뜨기, 가만히 있기, 넘어졌을 때 일어나기 등등. 하… 얼마나 같잖습니까.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게 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개개인마다 극복할 수 있는 공포의 종류와 깊이는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25m 바닷속이 안방처럼 편할 수도 있고, 서핑보드 위가 내 침대처럼 편할 수도 있습니다. 서핑보드가 편한 사람에게 깊은 바닷속을 가르쳐 줘 봐야 얼마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거나, 귀에서 피가 날 뿐입니다. 그러니 처음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걸 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뇨. 사실 많이 조심해야 합니다.


파도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강사의 말을 잘 들으면 된다 치지만,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에서 흐름에 몸을 맡기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바로 지수 추종 ETF입니다. 아니, 돈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이라면서요? 근데 지수추종 ETF는 돈과 같이 가는 속도 아닌가요? 적금보다 느린 거 아닌가요? 음.. 아마 아닐 겁니다. 은행의 금리는 국내 경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 합니다. 결국, 은행에서 주는 이자 역시 국내 경기를 나타내는 코스피 지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면이 있으므로, 지수를 추종한다는 건 은행이자보다는 조금 더 앞서서 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걸로 돈 벌 수 있냐고요?


네. 충분합니다.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만 하신다면요. 결국 기업들은 발전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주가로 반영되게 되어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죠) 지수를 추종했음에도 돈을 잃었다는 건 충분히 오래 보유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제보다 조금 더 발전하는 나라입니다.

워런버핏이 그랬습니다. 자. 따라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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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때 사서’

(비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

(싸게 판다)


좀 어렵죠? 그래서 워런버핏이 그랬죠. 아 모르겠으면 그냥 S&P500이나 사라고. 그러면 오른다고. 아니 쉬운 방법 있는데, 왜 우리는 이거 안(못)하죠? 왜 긴요. 급하니까요. 하지만 자산 시장은 바다와 같습니다. 언제 파도가 칠 지 모르고,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습니다. 절대로 급해서는 안되고, 자만심, 자신감은 더욱 가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 같은 초보들은 튜브 위에서 파도를 느끼는 것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튜브도 뒤집어집니다. 잊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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