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우림 이원종 Aug 03. 2019

복날 몸보신용 차茶가 따로 있다? 복전차

흑차 1. 복전차 : 복伏중에 만든, 복령茯苓같은, 복福덩이 차

말차抹茶 즉 가루녹차에 밥 말아 먹는 분이 혹 계신가요? 전라도라 광주땅에 가 면 냉말차 한 사발에 시원하게 밥 말아서 보리굴비를 척 얹어 먹는 호사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그 맛이 제법 쏠쏠합니다. 절차와 비용문제로 캔 녹차를 쓰는 집 도 더러 있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 인근에 복전차에 밥 말아 먹는 이 가 계시지는 않은가요? 제가 아는 K선생이 그런 분입니다. 오뉴월 복중에 입맛도 떨어지고 밥맛도 떨어지면 복전을 우려 시원하게 냉장보관하다 찬 밥 한 술 말아 듬뿍 한 수저 떠 보십시오. 보리굴비를 척 얹으면 장히 좋습니다. 어슷어슷하게 썬 짠지 한 쪽이나 오이지를 길게 쭉 찢어 한 입 덥석 베어 물어도 그만입니다.

 


오뉴월 복중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복전차는 바로 그 오뉴월 복중에 만드는 차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에 만든다고 하여 복伏전차라 하고, 혹은 죽은 소나무 뿌리에서 나는 복령만큼 좋다고 하여 복茯전차라고도 하고, 마시면 건강해진다 고 해서 복福전차라고도 합니다.


제 안사람은 속이 몹시 더부룩할 때, 습관적으로 노복전차를 꺼내곤 합니다. 체증이 확 내려간답니다. 온 몸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합니다. 한겨울에 마셔도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복전차 만큼 열감이 많은 차도 드물 것입니다.


아주 ‘딱’입니다.

그래서 이따금 저희 집에서는 커다란 도자기 주전자에 노복전을 듬뿍 넣고, 생강도 썰어 넣고, 종일 부글부글 끊여 놓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산초도 같이 넣고 끓였 을 것입니다. 마침한 나무 난로가 있어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혹 아는 이가 ‘감기 기운이 있노라’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시쌍반나 깊은 산중서 공수한 토종꿀을 듬 뿍 넣어, 호기롭게 한 잔 권합니다. 아주 ‘딱’입니다. 물론 난로에 갓 구은 고구마 도 빠질 수는 없지요. 호호 불며 볼 이쪽저쪽에 검뎅이를 묻히면, ‘사는 거이, 뭐 이런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몸이구 마음이구 간에 쥐나지 않는 게 최고 입니다. 잠시 쉬며 차 한 잔 하면, 어느새 편안함이 밀려옵니다. 도란도란 정담을 나눕니다. 흘러간 소싯적 추억이라도 떠올리면, 세월은 이미 저만큼 물러가 버립 니다. 한 잔 차에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변차, 변소차는 무슨 뜻이고 누가 마시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