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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림 이원종 Jul 10. 2019

흑차 나들이

아직은 낯선 흑차의 세계로

많은 차인들에게 흑차黑茶는 여전히 낯선 차입니다.


웬만큼 알지’ 싶다가도, ‘알듯 말 듯’ 한 차가, 흑차입니다.마실 만큼 마시구서도, ‘흑차가 뭔지’ 통 감을 못잡는 이도 있습니다.아예 흑차라는 말조차 첨 듣는 이도 있습니다.흑차에 젖어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흑차에 노출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흑차를 접해보지 못 해서 그렇습니다.흑차가 가장 오랜 연월年月의 차 중에 하나임에도 그렇습니다.흑차가 ‘차의 미래未來’로 각광 받고 있음에도 그렇습니다.


이 글은 흑차에 관한 이론서가 아닙니다.전문칼럼도 아닙니다.


그 보다는 한 편의‘지도’입니다.얼기설기한 지도입니다.


윤곽만이라도 잡으라는 뜻입니다.혹 ‘나침판’으로 불러도 됩니다.


방향만이라도 잡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안테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뭔가의 정보가 수신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판’이라고 여겨도 됩니다.


흑차라는 낯선 여행지로 안내해 줄 겁니다.


미지의 여행지로 떠나되, ‘나들이하듯’ 갈 겁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갈 겁니다.날이 풀리고, 꽃들이라도 피고 지는 가운데, 벗과라도 좋고 꼬맹이와 함께여도 좋습니다.이리저리 깔깔대며, 적절한 물가를 찾아, 멱을 감거나 발이라도 담급니다.


바람은 따스합니다.


머릿결이 부드럽게 흘러내립니다.

 

콧소리가 절로 납니다

.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날 듯합니다.

 

증자 아버님이 아니면 어떻고, 공부자님 아니면 어떻습니까?


그러니 흑차를 마시던, 책을 보던, 심각하게 하지 마십시오.나들이란 집을 떠나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나들이란 가출도 아니거니와,출가는 더더욱 아닙니다.굳이 말하자면 ‘출입出入’입니다.


그러니 나들이하러 집을 나설 땐, 일상을 내려놓으십시오.일도, 스트레스도, 마음도, 감정의 충전조차도.

더 이상 지난 세월의 찌꺼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지마세요. 오지 않은 날의 두려움을 가슴에 담고 가시지도 마세요.누가 나들이 가며, 군장을 꾸려 등에 가득 지고 가겠습니까?히말라야 산정에 오르는 것도 아닌데.


외려 나들이 기분 제대로 나게, 옷 한 벌 차려 입으심 어떨까요? 나들이옷은 ‘가벼운 가죽옷’과 ‘살진 말’로 구색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검소하지만, 일복과는 달라야 합니다. 일상복과도 달라야 합니다.

옷이 정 없으면, 입던 옷의 먼지라도 털고 입으십시오. 나들이 하느라 문밖을 나서는 건, 이 세상 너머를 엿보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너머, 마음의 너머로 가는 겁니다.


그럼 이제 흑차 동리로 나들이 나서십시다.혼자여도 좋습니다만, 동무들과 함께여도 좋습니다. 나들이 명목이야 봄놀이여도, 단풍놀이여도, 탁족이어도, 달구경이어도 좋습니다.다식 조금 준비해서, 흑차 한 잔 드셔보시는 겁니다.


향을 맡고,
입술을 적시고,
한 모금 음미하고,
온 몸으로 만나보는 겁니다.


흑차를 마시면서,흑차를 느끼면서, 흑차 속으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 보십시오.흑차가 되어 보십시오.흑차가 주는 이러저러한 내음과, 풍요로운 맛과, 연상되어지는 여러 느낌과,감각세포들의 미묘한 리듬을 주목해 보십시오.


흑차의 여러 경계를, 차원을, 다양함의 세계를 내 것으로 체험해 보십시오.흑차를 마시다, ‘흑차 속에서 사라지는 나’를 경험해 보십시오.


한 잔의 흑차 속에서, 앎의 너머와 자취를 잇는 웜홀wormhole을 지나가게 된다면,우리는 더 긴 나들이에 나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간략한 팁을 조금 더 드립니다.제가 올리는 글들을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눈이 가는 대로 아무 글이나 먼저 보아도 됩니다.


글을 보다, 찻주전자에 손이 간다면, 독후감은 그걸로 충분합니다.잔상이 사라지지 않아, 전문매장이나 박람회장이나 산지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미 나들이꾼이 다 된 겁니다. ‘흑차 입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수영을 배우고자 하신다면, 두 발을 물에 담그시기를.


차우림에서 이원종







배경사진 :

Pixabay로부터입수된Free-Photos</a>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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