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

Rocket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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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예랑

나는 서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금씩 조금씩 빨라지던 걸음은 어느새 점차 뛰고 있었다. 새하얀 복도 위, 사이키처럼 흔들리는 태양 빛. 텅 빈 통로에는 뛰어가는 나의 발소리만이 텅텅 울린다. 그가 언제 출발할지 모른다.

저 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타는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뛴다. 뛰어 도착한 그곳에 지친 얼굴의 사람들이 소파 여기저기 걸터앉아 있다. 다행히 그는 아직 출발하지 않은 모양이다. 무너져 가는 얼굴들이 나를 향해 맥없이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얼굴을 거두었다.


그들을 지나 새하얀 문을 조심스레 열자 황금 같은 태양 빛이 방 안 가득 출렁이고 있다. 그 가운데 그가 있었다. 두려울 정도로 광활한 적막 아래 그가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연결해 놓은 선들을 몸에 주렁주렁 단 채 다소 긴장이 감도는 얼굴인지 혹은 평온한 얼굴인지 모를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텅 빈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가 맞이할 지구의 마지막 아침 해 아래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그의 손이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는, 시간에 쫓겨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 내는 나의 두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받아들인 것일까. 이제 우리는 정말 작별해야 한다. 꼭 잡은 손을 놓아야 한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나는 그의 손을 놓았다.

곧이어 귀를 찢을 듯한 울음소리와 같은 굉음이 들려오고 작은 방 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나는 무리를 거슬러 나와 새하얀 복도에 홀로 기대어 섰다. 태양 빛이 찢기듯 요동친다. 아수라장이 된 방 안의 모습이 작은 액자처럼 담겨 아득해진다. 이제 그가 방을 나선다.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나선다. 그가 내게 남긴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을 붙들고 그저 멀리서, 아주 멀리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그가 내게서 멀어져 간다.




건장한 두 남자가 나타나 그의 얼굴을 알코올로 세심하게 닦는다. 말없이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결국에 다가가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손끝에 견딜 수 없이 서늘한 온도가 느껴진다. 그는 더는 말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사람들 속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한 무더기의 들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건장한 두 남자가 그를 싸매고 싸매었다. 나는 한 무더기의 거친 들풀 속에서 까치발을 들고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 얼굴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턱을 악물고 양손을 세차게 맞잡았다. 그러나 기어이 그의 얼굴이 가리어졌다. 나는 한 차례 휘청거렸다.


그가 이제 검은 차를 타고 떠난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뒤를 따라 한참을 도로를 달리고 언덕을 올랐다. 푸르른 곳, 검은 차가 선다. 장정들의 손에 들린 작은 나무 우주선. 그가 그 안에 있다.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 유성流星과 같은 검은 흙이 우주선 위로 쏟아져 내린다. 카운드다운이 시작되었다.

Ten, 어린 송아지의 첫걸음이 지나간다. Nine, 한밤중 태어난 여자 아기의 울음이 지나간다. Eight, 작은 방 한 칸, 그 안에서 밤새 껴안고 자는 작은 아이들의 숨소리가 지나간다. Seven, 새벽닭의 횃소리와 목장의 아침이 지나간다. Six, 자전거 꽁무니에 앉아 조잘대는 아주 작은 딸의 명랑한 목소리가 지나간다. Five, 소달구지와 함께 굴러떨어지는 아버지를 보며 울던 아이의 얼굴이 지나간다. Four, 걸음을 붙들던 빈자의 눈물과 고성이 지나간다. Three, 아들을 먼저 땅에 묻고 돌아와 누운 밤이 지나간다. Two, 딸이 낳은 작은 생명, 그 새까만 눈이 품에 안겨 있다. One, 나무와 새의 울음, 흙과 바람이 지나간다.

검은 흙이 쏟아져 내린다.

그가 영원으로 이륙하였다.






더는 그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 흩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가 우주로 갔다. 내 손에 아직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다.





* 나의 영원한 Rocket Man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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