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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未明 적송 가지 하나, 무명옷처럼 소복이 쌓인 육출화 곱게 입고 힘있게 뻗은 무용수의 긴 손끝처럼 길게 뻗어 있다. 험한 보굿 위로 아기 웃음같이 붙들린 설편. 그 곁에 뛰놀던 까치 한 마리, 수묵과 같은 날개 활개 치며 날아가 적송 가지 위에 앉으니 그 푸른 손끝 출렁이며 밥알 같은 눈 무더기 한삼汗衫을 휘날리듯 우수수 쏟아 낸다. 까만 골목 샛노란 양 눈 번쩍이는 까만 자동차 하나, 사나운 눈을 번득거리며 어슬어슬 섬섬, 데굴데굴 드렁드렁 위엄을 떨친다. 작은 골목 덩실덩실 걸어 나오는 한 노인, 까만 털모자를 쓰고 까만 털신을 신고 때로는 범처럼, 때로는 학처럼 매얼음 위를 걷는다. 진달래 같은 마고자, 찔레 같은 비단 바지 입고 범 같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도리반도리반, 조심조심 걸어간다. 가까이 가까이, 적송 가지 아래 선 노인 위로 까치가 운다. 수복강녕. 신년 수복강녕壽福康寧. 골목마다 까치 산조가 울린다. 집마다 대문마다 만복萬福이 데구루루 굴러 들어간다.
'신 호작도'는 저의 프로젝트 '풍경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 '풍경 시리즈'는 그림을 그리듯 오로지 묘사에만 집중하는 작업입니다. 이는 객관적 서술만으로도 독자의 상상력을 증폭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의 의문과 믿음으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풍경 시리즈의 최종 목표는 작가가 배제되는 것입니다.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이 또한 즐거운 실험입니다.
신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