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내 환자는 죽었다.
로펌에서 형사담당 변호사로 근무한다는 것, 그것은 숙명적으로 의뢰인의 '법정구속'과 마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정구속' 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구속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속...자유가 박탈되고, 사회적으로 격리되기에 저는 이것을 '사회적 사망선고'라고 정의합니다. 한 개인의 기본적인 사회활동이 모두 순간 정지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죽음과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피하고 싶은 것처럼, 변호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의뢰인의 죽음입니다.
언론에는 각종 흉악한 사건들이 주로 보도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가해자가 중형이 선고되고 구속되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펌에 의뢰되는 다양한 형사사건들은 유죄냐 무죄냐가 첨예한 사건, 설사 유죄라 하더라도 불구속이냐 구속이냐 기로에 선 사건이 주를 이루는바 법정구속은 곧 '실패'를 의미합니다.
처음 법정구속된 의뢰인을 만나러 가던 초짜시절이 생각납니다. 구치소 정문앞에서 한 시간을 서성이며 어떻게 얘길 꺼낼까라는 고민을 한 참을 했었고, 막상 만나보니 울기만 하던 여성의뢰인에게 아무 얘기도 못하고 나왔던 기억말입니다.
막상 법정구속이 되면 다양한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빨리 꺼내달라는 의뢰인, 우는 의뢰인, 도대체 어떻게 변호를 한 것이냐며 화를 내는 의뢰인들....그들의 감정에 변호사 또한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이제는 연차가 쌓이다 보니 그들을 대하는 태도도 노련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화를 내는 의뢰인 앞에서 예전에는 어쩔 줄 몰랐지만 이제는, "구속은 판사와 검사가 시켰고, 저는 도와드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왜 저에게만 화를 내십니까."라고 하면 금세 수그러지가도 합니다. 그리고 실컷 미안하지만 구속결정을 한 판사의 흉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를 얘기하다 보면 접견이 끝나있는 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흉악한 범죄도 있기는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이것이 죄가 되는지 죄가 되더라도 사회적 사망선고를 내려야 하는 범죄인지 애매한 사건도 참 많습니다. 또한, 그들도 사회속의 사람들이었기에 구속되면 발생하는 가족부양, 사업정리 등등의 문제로 눈물 짓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너무 나쁜 시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또 법정으로 향합니다. 환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수술실로 향하는 의사처럼 말입니다. 올해는 제 의뢰인이 많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