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의 3D 영역
변호사가 되고 처음 경험한 부검감정서의 내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에서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자전거를 끌고 보행으로 건너다가 사망한 것인지가 쟁점인 사안이었다. 그에 따라 차대차 사고인지 차대보행자 사고인지로 달라지기에..
최초 충격부위가 어디인지를 중심으로 부검이 갖는 의미가 있었던 사안이다.
의사가 아니기에 생소한 부검내용,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처럼 징그럽고, 잔인하고 그냥 충격이었다.
법조계 누구나 얘기해 보면 여전히 가장 보기싫은 것이 부검감정서..그냥 법조계의 3D라 보면 되겠다.
교통사고로 여러 대가 피해자를 역과한 사건, 원한으로 수십 번 칼에 찔린 사건, 일을 하다가 고층에서 추락한 사건, 목을 멘 사건, 시비가 붙어서 밀쳤을 뿐인데 느닷없이 죽어버린 사건, 아니면 갑자기 수술받다 사망한 사건 등등 빈번한 것이 바로 변호사에게 있어 부검감정서이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다.
왜 봐야 하는 것일까? 바로 변호사도 죽음과의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이 사람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부검의의 역할이라면 이를 '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가의 역할이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단순히 병사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업무상재해인지, 여러 역과 중 과연 어떤 차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사망의 원인이 의료인의 과실인지 등등 법적인 결론을 내려주어야 사망한 당사자의 최종적인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가해자가 상응하는 형벌을 받고, 업무상재해라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어떤 차가 사망에 이르게 했느냐를 따져줘야 누군가가 평생 사람을 죽였다는 마음의 부담을 갖고 살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업무실 서재에는 '법의학'책이 꽃혀져 있고, 의외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서적이 되었다.
부검이 갖는 위 의미를 알기에 이제는 부검감정서를 꼼꼼히 대조해 보며, 죽음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래도 여전히 변호사들에게 같이 보자고 할 때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모습을 보면, 변호사가 부검감정서를 본다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