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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Nov 20. 2018

아이의 삶 속에 존재하는 아버지가 되기를

김혜준・윤기혁,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 3.0⟫ (2017)을 읽고

저자이신 김혜준 대표(함께하는아버지들)께서 선물해주셔서 읽었다. 영화를 매개로 대학생 자녀를 둔 40대 아빠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아빠가 쓴 육아 에세이라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겠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같이 누가 봐도 ‘아버지 영화’인 것들이야 그렇다 쳐도, 로맨스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미 비포 유⟩(2016)나 탐사보도의 정수를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2015) 같은 영화도 ‘아버지’의 눈으로 보면 육아 글감이 된다.


영화라는 익숙한 소재 덕분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아이 키우는 아빠의 감정에 공감하며,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그 고민에 함께 몰입했다. 군데군데 실전에서 배어나온 깊이 있는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 모서리를 접었다.


40대 아빠의 글에서는 (실례지만)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30대 아빠의 글에서는 나의 모습이 겹쳐져서 재밌었다. 책 어느 구석에서 이르러서는 어릴 적 기억이 났다. 만취 상태로 귀가하신 아버지는 한층 더 너그러워지셔서 누나와 나의 부탁을 거의 다 들어주셨다.


문제는 술에서 깬 다음 날 아침 기억을 못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인데, 그때를 대비해 누나와 나는 유성 매직을 갖고 아버지의 발바닥에 그 약속을 써놓기도 했다. 아버지는 좀 황당하거나 무리한 약속도 반드시 지키셨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하시면서.


어쩌면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은 게 아니라, 아버지처럼 살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날로 깊어진다. 이 책의 추천사에 이런 말이 있다. “아버지란 ‘가슴속에 쉽사리 해석하지 못할 시(詩)를 품고 있는 사람’”. 나의 아버지는 가슴속에 어떤 시를 품고 계실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알듯 말듯 아리송한 아버지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 나의 아버지가 보여주신 책임감과 성실함은 본받으면서, 그보다는 더 따스하고 다정하게 아이와 소통하고 싶다. 아이의 ‘삶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아버지’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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